총 내려놓고 우정 다졌다… 한국 종합 4위 ‘역대 최고’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열흘간 열전 막내려

지구촌 군인들의 최대 스포츠 축제인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11일 폐회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19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25개, 총 59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4위를 차지했다.

세계 각국 군인선수들이 11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폐회식에서 사전에 연습한 ‘솔저 댄스’를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문경=연합뉴스

문경 국군체육부대 메인 스타디움에서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40분간 진행된 폐회식에서는 ‘The One, 하나됨’을 주제로 참가 선수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일반 종합 스포츠대회는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폐회식 전에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군인체육대회는 참가자 대부분 끝까지 남았다. 김상기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의 환송사에 이어 압둘하킴 알샤노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 회장의 폐회사, 마지막으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폐회를 공식 선언했다. 차기 대회는 2019년 중국 우한에서 열린다.

한국은 특히 복싱(금3, 은2, 동1)과 레슬링(금3, 은1, 동1)에서 무더기 메달이 나와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번 성적은 한국 선수단이 참가한 역대 세계군인체육대회 사상 최고다. 1999년과 2003년 대회에서 기록한 5위보다 한 계단 올라갔다. 2011년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다 메달(금8·은6·동8) 기록도 훌쩍 넘어섰다.

대회 종합 우승은 금메달 5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33개를 따낸 러시아가 차지했다. 러시아는 1회, 2회, 4회 대회에 이어 6회 대회까지 우승하면서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랐다. 러시아의 뒤를 이어 브라질(금34·은26·동24)이 2위, 중국(금32·은31·동35)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는 ‘우정의 어울림, 평화의 두드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곳곳에서 군인 선수들이 총, 칼을 내려놓고 스포츠를 통해 우애를 다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40년 전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눴던 미국과 베트남은 함께 입촌식을 치르며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분쟁을 겪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관중석에 함께 앉아 육상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이번 대회는 지난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에 이어 종합스포츠 대회에서 또 한 번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53억원의 총예산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비하면 7% 수준이다. 인구 7만5000명의 작은 지방 도시에서 적은 돈을 들여 충분히 국제 규모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대회 운영 면에서 미숙함은 옥에 티로 남았다. 각 경기장에 배치된 군인과 자원봉사자들은 대회 초반 각종 시설의 위치를 몰라 선수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조직위는 비용을 아끼려고 현역 사병을 통역원으로 기용했지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을 호소한 외국 관계자들도 보였다.

최형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