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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엇갈린 각계 반응

입력 : 2015-10-12 19:16:31 수정 : 2015-10-13 00: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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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도전… 철회를” “국가 정상화 필수 작업” 정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화한 12일 교육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00여 진보 성향 단체의 연대기구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정화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는 헌법이 강조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며 ‘폭넓게 교과서가 채택돼 교사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유엔의 역사교육 권고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진영 교육감들도 국정화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교육부에 행정예고 철회를 요구했다. 조 교육감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고, 자율성과 다원성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정부가 지금처럼 국정화를 밀어붙인다면 교육감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서 대응하겠다”며 “우선 선택교과를 개설하고 인정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철회하라” 대학생 겨레하나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규탄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규탄 및 철회를 요구하는 역사학도 모임’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본질은 과거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라며 “국정화는 교과서 제도를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도록 강요받은 역사가는 학자가 아니다”며 “역사학도로서 우리 사명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역사 서술이 정치권의 손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검인정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아예 국정으로 가는 것은 흠을 고치려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교각살우’”라고 비판했고, 신운용 안중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를 둘러봐도 국가가 역사관을 강요하는 곳은 (거의)없다.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만들면 정권 교체 때마다 ‘역사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만 해도 2년반 동안 집필했는데 엄청난 오류가 드러났다”며 “현재 주어진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얼마나 정확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참하라” 올인코리아 등 보수단체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협조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정치권과 언론, 교육계의 동참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에 맞서 보수성향의 한국교원총연합회는 “역사학적 관점이 아닌 역사교육적 관점에서, 미래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 함양과 역사교과서 내용 정립을 위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 방침을 지지했다.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정부의 국정화 결정에 힘을 보탰다. 맹천수 바른사회시민연대 대표는 “국정화는 국민이 환영하는 국가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지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하는 게 아니다”며 “교육부는 책임지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교수는 “검정 체제는 대한민국의 근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인민민주주의 노선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교과서를 만들어냈다”며 “새로 만드는 국정 교과서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로 집필진을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 반응도 극단으로 갈렸다. 대학생 김승영(30)씨는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고, 사회 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강술연(70·여)씨는 “역사관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아무 기준이 없다면 큰 문제다. 정부의 판단이 옳다”고 국정화를 두둔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공식 발표가 있은 직후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학생 10여명이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동상을 점거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 중 동상 위에 올라간 3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 집회) 혐의로 연행했다. 이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한 대학생 14명도 해산 불응 혐의로 연행했다.

서필웅·김승환·권구성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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