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전극봉을 대니 얼굴 한쪽이 마비됐다. 배꼽에 장비를 붙였더니 온몸에 전류가 흘렀다. 의사가 준 약을 먹으니 토할뻔했다.
모두 중국 화베이(華北) 지구 톈진(天津)의 일부 병원에서 동성애 치유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불법 전기치료 과정이다. 전기로 누군가의 동성애 성향을 바꾼다면 믿을 수 있을까? 충격적인 병원 치료실태가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자신을 존이라고 소개한 중국인 남성이 올 8월, 톈진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해당 병원이 전기치료로 동성애를 고친다는 소문에 직접 체험하고자 찾아간 것이다. 존은 동성애자다. 그는 동성애에 대한 병원의 전기치료를 곱지 않게 본다.
몰래카메라를 지니고 병원에 들어가 존은 한 진료실에서 정신과 의사를 만났다.
“남자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남자가 좋아졌어요.”
존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말했다. 그는 ‘왔구나’라고 여긴듯한 표정의 의사에게 “약과 전기치료를 받으면 동성애를 고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사가 존에게 처방한 약은 구토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가짜다.
한때 중국에서 동성애는 불법이었다. 그러나 1997년부터 동성애가 합법화돼 2001년 이후 중국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없어졌다. 중국 내에서 동성애 치료를 목적으로 행하는 의료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암암리에 가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남성도 톈진의 한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역겨운 약을 먹은 존보다는 나아 보였다. 그러나 전기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 남성은 치료실로 옮겨진 뒤, 머리를 비롯한 온몸에 번갈아 전기장치를 부착했다.
의료진이 요구한 진료비는 남성을 더욱 놀라게 했다. 그는 전기치료 대가로 3500위안(약 63만원)을 냈다. 이는 중국 성인 평균 월급 350위안(약 6만3000원)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존은 “중국 부모들은 아들이 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손자를 가질 수 없음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어떤 남성이 부모에게 동성애자임을 밝힌다면 그는 ‘병원에 가라’는 말을 듣는다”며 “‘갔다 왔어’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존이 출연한 다큐멘터리는 영국 방송 채널4에서 ‘Unreported World(보도될 수 없는 세계)’라는 제목으로 최근 전파를 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Unreported World 영상화면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