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美국방 ‘이전 불가’ 재확인
미 정부의 기술이전 불가 입장이 분명한 상황에서 자칫 한국민들의 반미 감정을 조장하고 한·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한 국방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해 14일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미측에서 비공식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한·미 국방장관 협의에서 KF-X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측의 이러한 입장 전달은 한국 정부가 한국민들에게 자신들은 기술 이전을 위해 할 만큼 했는데 끝내 미국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쳐질 개연성을 우려하고, 한국 언론이 쟁점화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빛바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사 타진이 한 장관에게 전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한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카터 미 국방장관을 미 국방부에서 만나 KF-X 4개 핵심기술 이전 문제를 거론했고, 카터 장관에게서 “미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 이전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국방부는 “카터 장관은 한 장관이 KF-X 사업을 위해 AESA(위상배열) 레이더와 IRST(적외선탐색 추적장비), EO TGP(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 RF 재머(전자파 방해장비) 등 4개 핵심기술 이전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또 카터 장관은 15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경유해 한 장관 앞으로 보낸 서신에서도 기술 이전 불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신 내용은 한·미 국방장관 회동에 앞서 미국에 있는 한 장관에게 전달됐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동을 앞두고 미측은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길 바란다는 의사를 사실상 두 번이나 한국 측에 전달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서신이 한 장관이 지난 8월 카터 장관에게 4개 기술 이전에 대해 협조를 당부한 서한의 답신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지난 4월 한국으로의 핵심기술 수출승인(E/L)을 거부한 뒤 모두 세 차례 이전 불가 입장을 공식 통보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아무리 한·미 동맹이 견고하다지만 분명한 외교적 결례”라며 “대형 국책사업을 근시안적 사고로 추진하다 맞은 참사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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