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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골목에 스며든 문자들… 묘하게 어울리네

입력 : 2015-10-18 15:25:53 수정 : 2015-10-18 15: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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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자심포지아' 25일까지 열려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 축제를 위해 서울 서촌 골목길에 설치된 골목 표지판. 세계문자심포지아는 소통의 매체인 문자의 특성을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골목길에서 읽어낸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문자는 곧 소통이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해 관계를 맺게 한다.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는 골목에 소통의 매체인 문자를 표현했다. 1m 남짓한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대문, 골목길을 오가며 만들어지는 관계에서 문자의 특성을 읽어낸 ‘가가호호 문자체험’ 프로젝트다.

“세계의 문자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집에 따라, 또는 골목과 거리 그리고 마을과 나라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거꾸로 문자가 바뀜으로써 집과 골목 그리고 마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체험하게 해 줄 것이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가가호호 문자’ 축제의 취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골목길,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각국의 문자를 표현한 조형물이 유리창과 대문에 붙었고, 담장과 담장 사이에 걸렸다. ‘사랑’, ‘안녕’, ‘친구’, ‘평화’, ‘손에 손잡고’ 등의 뜻을 담은 세계 각국 문자다. 주최 측은 통의동 주민들 집을 방문해 문자를 보여준 뒤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직접 적어보도록 했다. 주민들이 ‘그리듯’ 쓴 문자를 조형물로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기획자인 이화여대 김종구 교수는 “집집마다 문패를 내걸었던 골목길의 문화를 차용해 세계 곳곳의 문자를 골목길에 전시하고 사람의 삶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참여형 행사를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 축제를 위해 서울 서촌 골목길에 설치된 문자 조형물. 세계문자심포지아는 소통의 매체인 문자의 특성을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골목길에서 읽어낸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문자 조형물이 내걸린 골목길에는 ‘이방인을 위한 골목 표지판’을 만들어 문자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적에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했고, 골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정보를 담아 주변 환경을 반영한 색상으로 꾸민 표지판이다.

지난해 시작한 세계문자심포지아의 관심은 ‘문자의 다양성’ 유지다. 각국의 문자를 조형물로 만들어 골목과 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가호호 문자체험’의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올해 행사에서 주최 측은 여러 형태의 프로젝트를 준비해 문자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21∼23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는 학술대회 ‘되돌아보기와 내다보기’가 열린다. “세계 문자의 다양성을 살려갈 수 있는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한” 자리다. 21일에는 숙명여대 구연상 교수가 세계의 ‘작은 문자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다양성 살리기의 철학적 근거를 밝힌다. 23일에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김슬옹 전문위원 등이 로마·키릴·그리스·인도 등 현재 사용되는 26개 문자의 탄생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동덕여대 오은경 교수 등은 중앙아시아, 터키, 일부 러시아 자치공화국의 문자 및 학문어 정책을 소개한다. 

강영민, 이슬기 작가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은 한글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꾸민 풍선을 행사 기간 나누어준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문자 발명가들’이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는 “문자를 거대담론이나 문명의 역사로만 수용하는 태도를 넘어 현실과 싸워가며 자신만의 문자를 만들어낸 이들”의 이야기를 모은다. 동덕여대 강수미 교수, 출판인 김규항, 세종대 박유하 교수 등이 23∼25일 황두진 건축사무소 목련홀에서 ‘렉처 퍼포먼스’를 벌인다. 강영민, 이슬기 작가는 세종이 만든 28자 중 없어진 4자인 ‘ㆁ’(옛이응), ‘ㆆ’ (여린히읗), ‘ㅿ’(반치음), ‘·’(아래아)와 ‘어엿비’란 문자로 표현한 풍선 작품을 행사 기간 나누어준다. 두 작가는 ‘예쁘다’, ‘가엾다’라는 뜻을 가진 ‘어엿비’란 단어는 훈민정음 언해본 서문에서 세종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부분이며, 15세기 조선인들의 미의식과 윤리의식의 조화를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총감독을 맡은 임옥상 화백은 “예술작가들이 골목을 찾아 주민들과 더불어 문자의 깃발을 나부끼고, 춤추고 노래하는 한판 굿판을 벌인다”며 “우리 모두 문자의 벗이 되고 파수꾼이 되어 골목마다 세계문자의 다양성을 꽃피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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