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 치중 벗어나 팀에 헌신
FIFA주관 대회서 사상 첫 격파
수비 강한 압박·팀플레이 주효 한국 17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그동안 팀보다 이승우(17·바르셀로나 B)라는 스타 선수 홀로 돋보였다. 스페인 명문 FC바로셀로나 산하 후베닐B에서 뛰어 일찌감치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톡톡 튀는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언행 등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한국의 메시’라는 찬사를 받지만 갖고 있는 재능에 비해 팀 플레이 녹아들지 않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장결희(17·바르셀로나 B)마저 부상을 입어 이승우 원맨팀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흘러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본격적인 실전 무대에서 이승우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전은 최진철(44) 감독의 약속처럼 개인이 아닌 팀이 빛난 한 판 승부였다.
최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18일 칠레 코킴보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모로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우승후보’ 브라질을 1-0으로 눌렀다.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의 브라질 격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한국은 16강 진출에도 청신호를 밝혔다.
대표팀은 골 장면에서 원맨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특히 K리그 유스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후반 34분 미드필더 김진야(17·대건고)가 측면에서 드리블 돌파로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측면 깊숙이 침투하고 페널티박스 안 왼쪽에서 버티고 있던 이상헌(17·현대고)에게 패스했다. 공을 받은 이상헌은 중앙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재원(17·현대고)에게 찔러주고, 이를 장재원이 침착하게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전까지 한국은 브라질에 열세였다. 지난달 수원에서 열린 수원 콘티넨털컵 국제 청소년(U-17)대회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0-2로 패하기도 했다. 청소년 대표팀이지만 브라질은 이 대회에서 세 번이나 정상에 차지할 정도로 강팀이다. 점유율에서도 한국은 37-63으로 브라질에 압도적으로 밀렸다. 그러나 수치는 의미가 없었다. 한국은 수비에서 강한 압박과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변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이승우의 활약도 승리에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평가전에서는 개인기에 치중했다면 이날 경기에서는 자신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최전방으로 나선 이승우는 상황에 따라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장면도 여러 번 눈에 띄었다. 또 지적을 받던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었다. 최 감독의 주문대로 개인기보다는 팀 플레이에 주력했다. FIFA 홈페이지는 이날 “이승우의 활약이 뛰어났다”며 “브라질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가 득점 기회까지 얻어냈다”고 호평했다. 이승우는 경기 뒤 “팀 전체가 90분을 열심히 버텨 승리해 기쁘다”며 “선수 간에 서로 믿음이 강하다. 나를 믿어주는 동료에게도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은 21일 오전 8시 (한국시간) 기니와 B조 2차전을 갖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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