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LPGA투어 첫 승을 올린 양희영(26·PNS·사진)은 18일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스코어보드를 버디를 뜻하는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양희영은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6304야드) 후반 10번홀에서 18번홀까지 ‘9연속 버디’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코스레코드와 동률인 10언더파 62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전날 공동 31위에서 공동 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9홀 연속 버디는 1999년 베스 대니얼(미국)이 필립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세운 LPGA투어 최다 연속 버디와 타이 기록이다. 국내에서 최다 기록은 지난 5월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가 E1채리티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세운 8개홀 연속 버디다.
6개홀 연속 버디까지는 해봤다는 양희영은 “9개홀 가운데 두 개홀 빼고는 버디 퍼트를 홀 3m 안쪽에 남겨놨고, 퍼트도 믿기지 않을 만큼 잘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 LPGA에서 우승한 그는 “전반에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별 욕심 없었다. 그런데 후반 들어 샷 감각이 살아나 믿어지지 않는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까다로운 16번홀(파4)에서 5m 거리에 내리막 슬라이스 퍼트를 남겼을 때 놓칠 줄 알았지만 이것마저 들어갔다”며 활짝 웃었다. 속된 말로 ‘그분이 오신 날’이었다.
LPGA투어에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4위(267.76야드)에 올라 있는 장타자 렉시 톰슨(20·미국)은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최장타자 박성현(22·넵스)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 이 대회에서 외국인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2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이후 3년 만이며, 미국선수로는 처음이다.
올시즌 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덕택에 LPGA무대를 처음 밟은 박성현은 7번홀(파5)에서 장타력을 앞세워 180m 거리를 아이언 샷으로 투온한 뒤 3m거리의 이글을 뽑아내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12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한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박성현은 이글을 해야 공동선두가 되는 18번홀(파5)에서 투온을 노리고 친 세컨샷이 그린 앞 벙커에 빠졌지만 버디를 이끌어냈다.
고국 무대에서 첫 우승을 노리던 세계랭킹 2위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는 버디 3개, 보기 3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4위(275타)에 올라 공동 15위(280타)에 그친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제치고 상금랭킹 1위(241만6164달러)를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19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는 역전에 실패했다.
영종도=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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