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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한 달… 자동차업체 무덤된 美시장

입력 : 2015-10-19 20:48:37 수정 : 2015-10-20 01: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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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규제·감시 엄격… 도요타·GM 이어 폴크스바겐도 혹독한 대가
올해 상반기까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달리던 폴크스바겐 그룹이 ‘디젤 게이트’로 소비자 신뢰를 잃고 추락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미국에서 디젤차 시장 점유율을 무리하게 확대하려고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다. 도요타와 GM에 이어 글로벌 ‘빅3’가 모두 미국 땅에서 눈물을 흘리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무덤이 된 미국 자동차 시장을 살펴보고, 이번 디젤 게이트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 그룹이 부담하게 될 재정적 손해는 벌금 180억달러를 포함해 최대 340억달러(약 38조5000억원)로 추산됐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0%에 달하고, 2008년 이후 몰락하는 자동차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가 투입한 자금(약 60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판매 1위에 등극하는 등 폴크스바겐이 1938년 창사 이후 쌓아온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GM에 이어 독일 폴크스바겐도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패권을 움켜쥔 미국 땅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됐다. 현대·기아차도 2012년 미국에서 13개 차종의 연비를 부풀렸다는 논란에 휩싸여 합의금으로 1억달러를 지불한 적이 있는 만큼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무덤이 된 미국 시장을 잘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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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메츨러 은행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그룹이 이번 디젤 게이트로 감수해야 할 재정적 손해 규모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추산한 최대 180억달러의 벌금 등 총 340억달러에 이른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시장점유율이 현대·기아차보다 낮은 8위이지만, 독일 최대 자동차업체이자 GM과 도요타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제조사다. 특히 폴크스바겐이 디젤 엔진 중심으로 차량을 팔아온 만큼 판매량 급감도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예상되는 리콜 규모는 1100만대가량이지만 12개 브랜드를 가진 거대그룹이라는 점에서 피해가 더 늘어날 공산도 있다.

앞서 도요타와 GM 사례보다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요타는 2010년 가속페달 결함으로 1200만대가량을 리콜하고 합의금 12억달러로 기소를 피했고, 지난해 GM도 점화장치 결함으로 3000만대 가까이 리콜하면서도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조건으로 9억달러를 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경우 고의로 소비자를 기만한 게 드러난 만큼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빅3’가 유독 미국 시장에서 대량 리콜을 겪게 된 것은 치열한 경쟁만큼 감시와 규제도 촘촘하다는 의미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1920년대에 세계 자동차의 80% 이상을 생산했지만 지난해 전 세계 생산량 중 미국산은 13% 정도다. 그간 미국 ‘빅3’인 GM·포드·크라이슬러는 크고 힘 좋은 차에 집중하면서, 패션산업처럼 매년 일부 사양을 바꿔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유지하다 효율성을 강조한 일본과 독일 브랜드에 시장을 내줬다.

2000년대 들어서도 미국은 매년 1700만대 이상의 차량이 팔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년)와 금융위기(2008년)를 거치며 판매량이 뚝 떨어지더니 2009년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을 기점으로 1000만대가량으로 곤두박질쳐 중국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2009년 이후 회복세이지만 미국 시장 규모는 중국보다 매년 500만∼700만대 뒤진다. 한때 생산과 판매 1위였던 미국은 저하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1990년대 이후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1993년 빅3가 차량 공동연구개발에 나서자 미국 정부도 고효율 차량 개발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당시 빅3는 3L로 100㎞를 달리는 차량 개발계획을 발표했고, 전기차도 선제적으로 개발했지만 소비자 외면으로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집중 전략은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차를 상용화한 뒤 포드가 이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등 미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촉진했다.

기술력이 향상된 만큼 미국 자동차 시장의 규제도 까다로워졌다. 긴급 상황에서 차량을 비상 제동하는 ‘자동제동장치’ 등 여러 안전장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차량 운전석의 25%를 구조물에 부딪혀 가장 혹독한 안전 테스트로 불리는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시작한 곳이 바로 미국이다. 전자는 미국 정부기관인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후자는 민간기구격인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주도했다.

한때 NHTSA가 주도권을 쥐었지만, 지난해 GM의 늑장리콜 사태 이후 미국 106개 보험사 자금으로 운영되는 IIHS의 영향력이 커졌다. 1959년 설립된 IIHS는 NHTSA의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차량을 검증한다. 지난해 GM 사태 배경에 NHTSA의 전문성 부족과 안일한 태도가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간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다른 정부기관인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이번 디젤 게이트를 공개했지만, 문제를 처음 적발한 것도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이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정부 환경규제 외에도 소비자 권리와 자동차 안전의식이 철저하다”며 “지구촌 최대 격전지는 중국이지만 시장 상황과 안전도 평가 등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노력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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