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하는 디젤차 … 전기차 전환 ‘가속페달’ 밟는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사건은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세계 각국은 이번 사태가 자국의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디젤차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솔린차나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중 반대급부를 누릴 차종과 폴크스바겐의 점유율 일부를 어떤 브랜드가 가져갈지가 관심사이다. 특히 유럽이나 인도, 우리나라 등 디젤차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시장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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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유럽·인도·한국 시장 변화 클 것
20일 미국의 자동차산업 시장조사기관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폴크스바겐 차량의 16%가 디젤차였지만 올해 그 비중은 10% 미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이달 초 미국 내 4실린더 2L TDI 디젤엔진을 장착한 모든 신차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로써 폴크스바겐은 올해 미국에서 지난해보다 4만대가량 줄어든 56만대 판매에 머무르고,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6%에서 올해 3.3%로 약 8.3%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해 3.5%가량인 미국 내 디젤차 점유율도 올해 소비자 신뢰 감소로 최악의 경우 3%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젤 게이트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 디젤차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예상보다 크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판매된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이 디젤차였던 유럽연합(EU)과 인도, 40%에 육박한 우리나라 등의 자동차 시장이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차를 살 때 가솔린과 디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단순한 카테고리 안에서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 디젤차의 빈자리는 단기간에는 차 값과 운행성능 면에서 유사한 가솔린차가 메울 것으로 관측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젤차의 대체재로 하이브리드차가 부각되고 있고, 전기차로의 전환도 빨라질 수 있다. 이번 사태 이후 디젤차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차 값과 유지비가 증가하면서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와의 가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에게 ‘작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를 출시했고, 지난 8월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는 기아차 쏘울 EV가 판매 1위에 오른 만큼 독일 디젤차가 빠진 시장 점유율 일부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0.2∼04%p, 유럽에서 1.6∼3.0%p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디젤 게이트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를 장악한 독일 디젤차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최근 1∼2년 새 디젤 라인업을 확대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폴크스바겐처럼 ‘클린 디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라 국산 경유차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젤차 비율은 각각 32.6%와 36.0%였지만, 올해 1∼8월에는 그 비율이 37.4%와 45.9%로 껑충 뛰었다.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도 최근 몇 년 새 디젤차 비율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만큼 이번 디젤 게이트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수출 차량의 디젤차 비율도 함께 확대하는 상황에서 디젤차 내수와 수출이 ‘동반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8월까지 판매된 차량 10대 중 7대가 디젤차인 국내 수입차 시장의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일단 10월에는 폴크스바겐 차량의 판매가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이고, 아우디의 경우 브랜드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고 피해 차량도 많지 않았던 까닭에 예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디젤 게이트에 연루된 두 브랜드 외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독일차 판매가 관심사다. 1∼8월 독일 4개사 가운데 벤츠의 디젤차 비율이 59.53%로 가장 낮아 이번 사태 여파가 가장 작을 것으로 관측되고, 디젤차 비율이 83.06%인 BMW도 판매에 일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도요타와 혼다, 피아트 등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디젤차가 아예 없어 오히려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반면, 판매량 전체가 디젤차인 시트로엥과 푸조는 이번 사태 여파에 따라 판매가 줄어들 공산도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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