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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배석 놓고 회동 직전까지 기싸움

입력 : 2015-10-22 18:49:41 수정 : 2015-10-22 18: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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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심도있는 논의 위해 배제 필요”
朴대통령 발언 정치적 활용 경계
文 “메모도 못하게 하다니… 쪼잔한 靑”
임석 제안도 거부 당하자 강한 불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후 7개월 만에 얼굴을 맞대기까지는 진통을 겪었다. 청와대와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5자 회동’ 직전까지 대변인 배석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대변인 배석 없이 회동을 진행하자는 청와대와 대변인 배석이 관례라는 새정치연합이 막판까지 샅바싸움을 한 것이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청와대 요구를 수용하면서 예정된 시간에 회동이 열릴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5자 회동을 갖고 국정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靑·野, 대변인 배석 문제 막판까지 신경전


청와대와 새정치연합의 신경전은 회동을 통해 얻으려는 정치적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회동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여야 지도부와 소통했다는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청와대가 ‘심도있는 논의’를 대변인 배석 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부담으로 느껴 대변인 배석 없는 비공개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꺼린 점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포기를 위해 ‘할 말은 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이 강하다. 역사전쟁 국면에서 무기력한 제1야당의 이미지가 굳어지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이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정화 예산을 예비비로 처리하기로 한 상황에서 제동을 걸 마땅한 방안도 없는 처지다. 김성수 대변인이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브리핑한 것도 이날 회동에서 국정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과 답변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은 대변인 배석에서 ‘임석’으로 톤 다운을 시켜 청와대에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3월 회동에서는 여야 대변인이 임석해 각자 브리핑을 한 전례도 있는 만큼 청와대의 반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한때 회동 결렬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문재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말 쪼잔한 청와대”라며 “만나서 대화하는 게 중요한데 청와대가 계속 그런 일(대변인 배석 문제)에 매달려서 대화를 깨겠는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대변인이 테이블에 같이 배석하자는 것도 아니고 회담에 임석해서 제대로 발언들을 메모하겠다는 것인데 그것조차 못하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與 “논쟁보다 민생” vs 野 “국정화 철회 요청”


회동에 임하는 여야의 시각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 논의에 무게를 두며 민생현안 문제에 시간을 할애했다. 새정치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현안과 빨리 통과시켜야 할 법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논의를 직접 하고자 하는 것이지 정치적 발언과 주장만 하고 끝나는 회동이 돼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희망을 주는 민생 회동이 돼야지 논쟁을 벌이는 정쟁 회동이 되면 국민이 실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톱은 야당의 국정화 철회 요구에 맞서 박 대통령을 엄호할 대응 논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부당성을 충분히 말씀드리고 국정화 방안 철회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좌경 딱지 붙이기처럼 정부, 여당이 왜곡 날조하고 있는 문제들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나쁜 합의보다는 좋은 결렬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김달중·박영준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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