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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의 리플레이] 캐스팅 논란,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지나

입력 : 2015-10-24 13:55:00 수정 : 2015-10-24 15: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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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에서는 ‘20대 여배우 기근’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드라마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톱’으로 나설만한 여배우들의 나이대가 30·40대에 치중돼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20대 여배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제작된 드라마 남녀주연의 나이를 비교해보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청률이나 광고 때문에 캐스팅 단계서부터 안정적인 노선을 취하려는 방송사나 제작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에 퇴사자들이 있으면 신입사원들이 있어야 하듯, 방송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캐스팅 사례들을 보면 대중(시청자)의 반대에 부딪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어쩌면 20대 여배우 기근은 새로운 얼굴이 나오면 먼저 삐딱하거나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중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캐스팅 논란은 왜 주로 20대 여배우들에게 일어나는지 곱씹어볼 필요도 있다.

연기파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23)은 최근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자마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혜정의 직업은 원래 ‘배우’다. 단역, 독립영화 주연 등을 거쳐 차근차근 배우가 될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그가 이름을 알린 건 작품이 아닌 ‘예능’이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현재 방영 중인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아빠 조재현과 출연해 솔직한 일상과 입담을 드러내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가속도가 붙은 것은 사실. 웹드라마 ‘연금술사’와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에 잇달아 캐스팅됐다. 그런데 이번엔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으니 시청자들의 눈에 예쁘게 보일 리 만무하다. “아빠 덕에 잘 풀렸다”는 일명 ‘금수저’ 논란이 그녀를 괴롭혔다. 몇 년, 몇 십년을 노력해도 배우로 이름 석 자 알리기 힘든 세상에 아빠의 이름과 넉넉한 배경 덕분에 초고속 승진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게다가 상대배우가 ‘국민 남동생’ 유승호라니 여성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그녀를 향한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개인 SNS 계정을 폐쇄하는 사태로 번졌다.

조혜정을 향한 악성댓글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많다. 물론 아버지의 이름과 예능 출연 이력이 캐스팅에 큰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그보다 더 많은 요소들을 검토한 뒤 캐스팅을 확정짓는다. 그녀의 외모, 연기력, 이미지 등 다양한 것들을 검토한 뒤 신중히 캐스팅했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요즘은 ‘네티즌이 캐스팅 디렉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네티즌의 입김이 캐스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앞서 윤아, 수지, 혜리 등도 드라마 캐스팅과 관련한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걸그룹 멤버’라는 점은 연기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여기에 ‘원작(혹은 전작)과 맞지 않는 이미지’라는 지적이 더해져 먼저 출연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후자의 경우는 별 문제 없이 캐스팅된 경우라도 배우가 끝까지 지고 가야할 굴레가 되기도 한다. tvN ‘치즈인더트랩’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배우 김고은 역시 방송 전부터 원작 속 인물(홍설)과 이미지가 다르다는 수많은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오는 11월6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걸스데이 혜리는 캐스팅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덜 검증된 연기력,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엄청난 대중의 관심이 그녀를 옥좼다. 이에 혜리가 선택한 방법은 단 하나. 끝없는 연습, 또 연습이었다. 혜리 측 관계자는 “오직 연기 연습뿐이다. 많은 분들의 우려를 씻기 위해 지난 여름 다분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조혜정 역시 앞으로 연기자로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논란 속에 도태되느냐의 기로에서 보여줄 것은 연기력뿐이다. 연기로 납득시키면 된다. 만 스물 셋, 아직 어린 나이에 겪기엔 큰 시련이지만, 이번 논란이 배우가 되는 데 단단한 토양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배우로 성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과정을 지켜보는 일 또한 시청자 입장에선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아직 피지도 않은 꽃을 미리 꺾을 필요는 없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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