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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16만㎡ 공간 뭘로 채우나… "킬러 콘텐츠 찾아야"

입력 : 2015-10-23 19:52:50 수정 : 2015-10-24 02: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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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한 달 앞둔 光州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매머드급 애물단지’ 안 되려면… 향후 과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이 마침내 정식 개관한다. 다음달 25일 개막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것이다. 2002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면서 문화전당 사업은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공약이 마침표를 찍는 데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예산은 국비 8000억원이 투입됐다. 문화전당 건립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거대한 문화시설을 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 있다.

23일 문화전당 내 어린이문화원의 카페테리아 옆 코트체크실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화전당 사업은 이제부터다. 이제 겨우 문화라는 건물을 짓는 하드웨어만 완성했을 뿐이다. 16만㎡의 덩그런 건물에 문화라는 콘텐츠를 채워넣어 ‘문화발전소’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문화 콘텐츠 생산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드는 데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자칫 문화전당이 또 하나의 텅 빈 건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민주성지에서 아시아 ‘문화 허브’로

문화전당이 들어선 곳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최후까지 버텼던 옛 전남도청 자리다. 문화 전당 규모는 13만5000㎡(4만781평), 연면적 16만1237㎡(4만8774평)로 서울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이나 예술의 전당(12만8000㎡)보다도 크다. 국내 최대 문화복합공간이다. 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극장, 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원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전당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에 근거해 2005년 첫 삽을 떴다. 문화전당은 노 전 대통령이 약속한 문화수도의 핵심 시설이었다. 착공식을 한 후 문화전당 건립 사업은 지역민과 지역민, 지역민과 정부 간의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하면서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5년 12월 2일 문화전당 설계공모 당선작에 우규승씨의 ‘빛의 숲’이 선정됐다.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본부로 사용된 전남도청 본관의 외관을 그대로 두고 주요 시설물 90%를 지하 25m에 배치하는 독특한 공간 구조다. 하지만 광주를 상징하는 거대한 규모의 시설물을 기대했던 일부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하에 문화전당이 들어서는 것은 랜드마크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면서 문화전당 개관 일정이 당초 2010년에서 2012년으로 늦춰지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 주장이 제기되면서 두 번째 암초를 만났다. 2008년 6월 기공식 때 5·18 단체 등을 중심으로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주장하면서 농성을 벌인 것이다. 2010년 7월 옛 도청 별관 길이 54m 가운데 30m 보존, 24m 철거안이 확정되면서 논란 2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문화전당 준공을 앞두고는 운영 주체를 놓고 지역민과 정부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정부의 민간위탁 추진에 지역민들이 국가 운영으로 맞선 것이다. 정치권까지 나서 지난 3월 5년간 정부가 문화전당을 운영한 후 법인에 넘기기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 9월 부분 개방해 일반인에 선보인 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발전소로서의 시험대에 올랐다. 문화의 전당은 단순히 공연하고 전시를 하는 공간이 아니다. 문화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선보이고 해외에 유통시키는 팩토리 숍이다. 아시아권의 다양한 문화들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생산, 유통하는 발전소 역할을 할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콘텐츠·인력 확보 과제도 산더미

문화전당 운영의 핵심은 콘텐츠 확충이다. 문화전당이 내세울 ‘킬러콘텐츠’가 아직 없는 상태다. 문화전당을 완공하고도 개관 날짜를 잡지 못한 데는 콘텐츠를 채우지 못한 이유가 컸다. 개관을 한 달가량 앞둔 현재 콘텐츠 설치 공정률은 70∼80%가량이다. 개관에 임박한 다음달 중순쯤 돼야 완료될 전망이다.

매머드급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전당을 채울 콘텐츠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2013년 4월 당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전당 건립현장을 둘러본 후 나온 첫 마디는 “도대체 뭘로 채울 것이냐”였다. 유 장관은 당시 “현장을 둘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며 “콘텐츠를 어떻게 준비할지 답이 없다”고 말했다.

5개원 가운데 하나인 문화창조원 규모는 지하 1∼4층 1만6597㎡이다. 이 문화창조원의 목진요 예술감독도 “무서울 정도로 큰 공간”이라고 했다. 그는 “작가들이 상주하며 창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쇼케이스를 여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원의 주요 콘텐츠 프로그램을 보면 아직 눈길을 끌 만한 게 없다. 문화정보원은 라이브러리 파크와 인문강좌를 하고 있다. 예술극장은 개관 페스티벌에 이어 이번달 중 2015∼2016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문화원은 개관 이후인 내달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2015전국어린이문화콘텐츠 박람회를 열고 있다.

콘텐츠 개발에 필요한 예산 확보도 부진한 편이다. 개관을 앞둔 올해 콘텐츠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450억원이다. 내년엔 270억원 이상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는 내년도 정부 예산 가운데 문화관광분야 사업비로 720억원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문화전당 운영과 콘텐츠 개발에 494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향후 적자 운영을 감안하면 콘텐츠 개발 예산 마련도 힘든 상황이다. 용역 결과를 보면 문화전당이 본격 운영되는 개관 이듬해 모두 864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수익은 62억원에 그친다는 전망이다. 운영비를 걱정할 상황에서 콘텐츠 개발 예산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화전당을 운영할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관 후 문화전당을 운영하는 인력(정규직)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문화전당 50명과 아시아문화원 96명 등 146명에 불과하다. 문화전당 인력은 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당초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던 110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문화전당을 위탁운영하면서 콘텐츠 구축 업무를 맡게 되는 아시아문화원 인력도 추진단이 당초 요청한 20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은 콘텐츠 구축 부실과 적자 운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글·사진 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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