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기록에 2개 남겨
1∼2번 테이블세터역 톡톡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두산의 올해 포스트시즌 11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20안타를 기록했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8안타를 때린 허경민은 NC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6안타로 타격감을 조절한 뒤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6안타를 뽑아냈다. 11경기 성적은 타율 0.465(43타수 20안타)에 1홈런 8타점. 무안타는 단 2경기뿐이다. 2안타 3경기, 3안타 1경기, 4안타 2경기다. 무려 8경기에서 멀티히트(2안타 이상)를 작성했다. 기복 없는 타격으로 1~2번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20안타 이상 기록한 선수는 허경민을 포함해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은 21개. 2001년 두산 안경현과 2009년 SK 박정권, 그리고 2011년 SK 정근우까지 총 3명의 선수가 기록을 보유 중이다.
두산과 삼성이 1승1패로 맞선 가운데 한국시리즈는 앞으로 최소 3경기가 더 남아 있다. 1~2번으로 나와 타석 기회도 많은 허경민이기에 무난히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제는 4할대 고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15안타 이상 때린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은 1987년 해태 한대화가 기록한 0.471.
2009년 2차 1라운드에서 두산에 지명된 허경민은 2012년과 2013년 포스트시즌에 백업 내야수로 나섰다. 이 때문에 14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석에는 14번만 섰다. 허경민은 “선배들이 큰 경기를 치르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됐다”고 떠올렸다.
허경민은 뒤늦은 지난 4월 3일에야 대주자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 잭 루츠를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그러나 루츠가 부진 끝에 방출되고 대체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도 자리를 못 잡자 허경민에게 기회가 왔다.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를 해오던 허경민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규정 타석에 진입했고 타율 0.317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허경민은 광주일고 시절 김상수(삼성), 오지환(LG), 안치홍(KIA)과 함께 ‘고교 4대 유격수’로 불렸다. 2008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선 이들이 모두 출전해 우승을 일궜다. 대표팀 유격수 자리는 허경민의 몫이었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서는 허경민이 가장 늦게 1군에 진입했다. 이제 1군 4년차다.
허경민은 “나는 아직 4등”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이번 가을 ‘90년생 에드먼턴 세대’ 중 가장 빛나는 선수는 허경민이다. 주전을 넘어 두산 타선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분위기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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