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등 높아지는 배당성향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의 당기 순익 중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의 비율인 배당성향은 올해 20.0%로 7년 만에 20%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배당성향은 2008년 24.7%를 기록한 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3.4∼19.4%로 10%대를 유지해왔다. 이처럼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은 연간 2조원 내외 수준이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작년 3조5000억원에서 올해 4조3000억원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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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달 삼성전자가 발표한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포함하면 올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더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1차로 내년 1월 말까지 4조1800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223만주·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최대 8조5000억원까지 증가한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국내 굵직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주 배당 수준을 꾸준히 늘리겠다며 배당성향 15∼20%, 배당수익률 2%를 1차 목표로 제시했다. SK는 지난 6월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연 기업설명회에서 배당성향을 3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화재도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혔고, 포스코는 분기배당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배당성향을 단기적으로는 15%, 중장기적으로는 25∼3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최근 대기업들의 태도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각인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른 국가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한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은 외국인들로부터 오랫동안 지적돼온 문제”라며 “국내 기업 환경에서 삼성전자의 의미를 고려할 때 다른 기업들도 이런 주주환원 정책을 따라할 가능성이 크고, 국내 증시 저평가를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중혁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다만 실적이 뒷받침된 가운데 주주환원책이 나와야 제대로 된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정책의 지속성은 미지수
대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지만 배당 수준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높이에는 크게 못 미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17.456%로, 비교 대상 51개국(유로존 포함) 가운데 50위를 차지해 최하위권이다. 한국보다 배당성향이 낮은 나라는 아일랜드(14.618%)뿐이다. 배당 수익률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1.5~1.6% 수준인데, 이는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또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이 정부의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정책의 영향을 받은 만큼 연속성이 담보될지도 미지수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당해 기업소득의 80% 중 배당, 투자, 임금상승분을 제외한 금액에 10% 세율을 부과하는 것으로, 2017년까지 시행된다. 자사주를 취득해 1개월 내로 소각하는 경우도 배당금으로 인정해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세금을 회피하려고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며 “일회성 배당 정책에 그칠지 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지난해보다 많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주주가치 제고 문제가 한두 해 이슈화된다고 갑자기 크게 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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