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A아파트와 B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두 아파트는 1992년 나란히 이곳에 자리 잡았다. 한 부지를 둘로 나눠 한쪽에는 A아파트, 다른 쪽에는 B아파트가 들어섰고 부지 가운데 경계 부분에는 담 대신 두 아파트의 후문 겸 서로의 단지로 연결되는 통행로가 세워졌다. 부지 양끝에 각자의 아파트 정문이 1개씩 있지만, 한 아파트나 다름없는 단지 사이였다.
주민들은 각자의 아파트 정문 말고도 통행로를 통해 서로의 아파트 후문을 출입구로 사용해왔다. 그렇게 서로를 오가며 이웃의 정을 쌓던 통행로가 지난달 1일 23년 만에 처음으로 막혔다.
A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서현역과 상가 개발에 따른 주차난 등을 이유로 외부 차량 출입을 막기 위해 자동 진출입 차단기를 정문은 물론 후문인 통행로에도 설치하자 B아파트 주민들도 곧바로 바리케이드를 세우면서 통행로는 막다른 길이 됐다.
A아파트 측은 차단기 설치 전 B아파트 측과 협의를 거쳤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A아파트 관계자는 "협의 이후 B아파트 주민들이 우리 아파트에 주차는 못하더라도 지나갈 수 있도록 차단기에 차량 등록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달라고 했는데 B아파트 측에서 거부하더니 아예 길을 막아버렸다"고 주장했다.
B아파트 측은 그동안 문제없이 함께 사용하던 도로에 차단기를 세우고 개인정보를 주면 길을 터주겠다는 식의 일방적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B아파트 관계자는 "외부차량 문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는 얘기는 있었지만 차단기를 설치해도 좋다는 협의는 하지 않았다"며 "이사하거나 차를 바꿀 때마다 왜 민감한 정보를 넘겨야 하는지 모르겠고 기분도 나빠서 우리도 막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각자의 아파트 정문만 사용하게 돼 불편과 불화를 겪게 된 주민들은 최근 성남시에 조정 신청을 냈지만 시도 아직 합의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들어선 분당 지역 아파트들은 주차 면적이 부족해 각자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주차난 때문에 벌어지는 이러한 주민간 갈등이 앞으로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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