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등 국제대회 경험 많아 든든
언더핸드, 외국선 생소… 역할 기대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 나설 한국 대표팀의 약점은 바로 불펜이다. 전체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데다 임창용(39), 안지만(32·이상 삼성)마저 원정 도박설에 휘말려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등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절실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대표팀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최고참 정대현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대현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의 대표적인 언더핸드 투수.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제 대회에 참가해 맹활약을 펼쳤다. 세월이 흘러 구위가 하락했어도 경험과 함께 국제대회에서 통하는 언더핸드스로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제대회에서 이들 ‘옆구리’ 투수는 언제나 비밀병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생소한 투구폼으로 중남미 팀들을 공략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옆구리 투수의 국제대회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정대현 투구의 압권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다. 한국의 결승행을 이끈 그는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선발 류현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그는 쿠바의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잡고 한국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이어 정대현은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경험한 데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3년 WBC에도 참가했다. 무려 6차례나 굵직한 국제대회 경험을 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사실 정대현을 대표팀에 뽑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선동열 투수코치의 말을 들어보니 정대현의 구위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하더라”며 “정대현이 가진 큰 경기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대현은 지난해 말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뒤 지루한 재활을 거쳐 올해 7월 말이 돼서야 처음 1군에 올라왔다. 구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가와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에 높은 점수를 주며 ‘그래도 정대현’이라는 평가가 맞섰다. 이를 의식한 듯 정대현은 “나이도 있고 구위도 떨어져서 걱정되기는 하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해야 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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