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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남들보다 더 행복해야 돼…'행복 강박증' 앓는 한국

입력 : 2015-11-07 05:00:00 수정 : 2015-11-07 10: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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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강국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24시간 ‘관계’에 노출된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음 소리가 보여주듯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류 역사상 대인 관계에 가장 열을 쏟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SNS를 통한 관계 맺기에 열중할수록 더 큰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소통의 홍수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필요할 때 도움을 구할만한 사람이 없는 관계의 ‘풍요 속 빈곤’이 스마트폰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란 분석이다.

#1. 취업준비생인 김모(29)씨는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자기 직전까지 종일 SNS를 이용하고 있다. 김씨는 습관적으로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누르고 접속해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아직 구직 중인 내 모습과 달리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면서 동창생들이 올리는 글을 접하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2.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0·여)씨는 현재 4년째 남자친구가 없는 솔로이다. 박씨는 자신의 외로운 모습을 감추고 싶어 페이스북에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 파티하는 사진과 함께 "행복하다"고 적고 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 때문에 허탈감만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카페인 우울증'이라는 신조어가 화제다. 카페인이라고 하면 흔히 커피에 함유돼 있는 카페인을 떠올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카페인'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글자를 딴 약자를 뜻한다. 즉, 카페인 우울증은 습관적으로 SNS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우울증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SNS가 어느덧 행복을 경쟁하는 장이 됐다. 사람들은 '남보다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행복 강박증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가 유발하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존감과 행복감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하고 있다.

SNS는 온라인상에서 지인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전국 만 19~59세 스마트폰 사용자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NS 서비스 이용률이 2011년 16.8%에서 지난해 40%까지 증가했다. SNS는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갖가지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행복 강박증'이다. SNS가 서로 자신의 삶과 행복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광고'하는 경연장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 같은 SNS 풍경은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경쟁심리'를 심어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보면서 '나도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욕구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

실제로 SNS 이용자 중에는 자신의 수입에 걸맞지 않게 비싼 맛집을 찾아가 지나칠 정도로 연출한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한정판 물건을 사들여 과시성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SNS를 이렇게 이용하다 보면 '현실의 나'와 'SNS 속의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꿈꾸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심한 경우 팔로우와 '좋아요', 댓글 수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다른 사람의 반응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SNS상에서 의미 없는 인맥 늘리기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에서 진솔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심리학 전문가는 "요즘 사회가 행복을 강요하는 분위기라 오히려 사람들이 행복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서 "SNS에서라도 행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삶을 각색해 올리다 보면 괴리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의 피상적인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실제 자신의 원래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SNS에 글과 사진을 게재하기 전에 과장된 내용은 아닌지, 진정한 나의 모습인지 고민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최근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SNS를 이용하면 우물 정 또는 샵이라고 부르는 ‘#’기호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해시태그’라고 부르는 이것은 게시물에 일종의 꼬리표를 다는 기능이다. 특정단어 또는 문구 앞에 ‘#’ 기호 앞에 특정 단어를 붙여 쓰는 방식이다. ‘해시(hash)’기호를 써서 게시물을 ‘묶는다(tag)’고 해서 ‘해시태그’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만, 해시 기호 뒤 문구는 띄어 쓰지 않는다. 띄어 쓸 경우 해시태그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지진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인터넷에서 전 세계인들의 애도 메시지가 네팔에 전해졌다. 특히 누리꾼들은 네팔 참상을 알리고 애도의 뜻을 전하는 메시지를 SNS에 올리면서 ‘#PrayForNepal(네팔을 위해 기도하자)’이란 꼬리표를 붙였다. 한 사람이 글을 올리면 누군가 똑같은 꼬리표를 단 다른 글을 올리는 등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처음에는 관련 정보를 묶는 정도의 기능으로 쓰였지만, 현재는 검색이나 개인의 의사표현 등 다른 용도에도 쓰이고 있다. 멕시코 여배우 셀마 헤이엑은 5월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BringBackOurGirls’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납치한 여학생 270명을 돌려보내라는 의미였다.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동북부에 있는 한 여학교 기숙사를 습격해 여학생들을 납치한 상태였다. 이들은 정부가 수감 중인 조직원을 석방하면 납치한 여학생을 풀어주겠다고 주장했지만,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셀마 헤이엑은 영화제에 쏠린 이목을 나이지리아로 돌려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이 덕분에 납치 학생 반환운동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왔다.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이 운동에 손을 보탰다.

이처럼 해시태그는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는 활동은 물론 기업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도 쓰인다. 음식점이나 화장품 브랜드 등에서 #브랜드명, #상품명 등을 포함한 사진이나 글 등을 SNS에 올려 관련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최근 해시태그를 통해 각종 음란물이 무차별적으로 공유되고 있어 문제되고 있다. 해시태그를 이용하면 공통된 자료를 검색하기가 더 수월한 만큼 음란물 검색도 쉬워지기 때문. 한 SNS에서 ‘#야동’을 검색해보면 관련 자료들이 수십건 이상 검색된다. 해당 페이지에는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직접 올라와 있거나 관련 링크주소가 게재돼있다. 게다가 일부 SNS는 성인인증이 따로 없고 이메일 주소만 가지고도 계정을 만들 수 있어 청소년이 음란물에 접근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물론 SNS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정화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 가이드라인에 어긋난 콘텐츠로 신고될 경우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는 있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음란물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심사 기반의 해시태그는 공통의 화젯거리를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SNS에서 다양한 언어의 해시태그로 올라오는 음란 콘텐츠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면 해시태그는 당분간 그 인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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