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수 아이유 앞에 ‘요란한 23살’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23살 아이유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신보 ‘챗셔(CHAT-SHIRE)’를 둘러싼 잇단 논란 때문이다.
‘챗셔’ 수록곡인 ‘투웬티 쓰리(Twenty-Three)’에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2007년 곡 ‘김미 모어(Gimme more)’ 일부가 무단으로 샘플링 됐다는 주장이 스피어스 팬들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3일 기사화됐다.
이 곡은 앞서 드라마 KBS2 ‘프로듀사’에서 아이유가 분한 ‘신디’가 불렀던 곡으로, 아이유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앨범 보너스 트랙에만 이 곡을 넣었다. 스피어스 팬들은 ‘투웬티 쓰리’ 곳곳에 스피어스의 목소리와 추임새 등이 사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일에는 출판사 동녘이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동녘은 J. M. 데 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국내 출판한 회사로, ‘챗셔’에 수록된 또 다른 곡 ‘제제’에서 아이유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를 성적 대상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넌 아주 순진해 /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 어딘가는 더러워’ 등의 가사에 대해 “제제가 교활하다니?”라고 의문을 표하고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표현의 자유도 대중의 공인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킷이미지에 나온 제제의 이미지가 상업적이고 성적인 요소가 다분한 ‘핀업걸’처럼 표현된 점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출판사의 유감문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유는 6일 SNS에 글을 올려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며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저의 음악과 가사가 불쾌하게 들리고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전적으로 작사가로서 부족한 탓”이라며 반성하고 사과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곡 무단 샘플링 의혹에 대해서도 “프로듀서로서 편곡에 사용되는 샘플 소스들을 세심히 검열하지 않은 제 잘못”이라며 “현재 브리트니 스피어스 측에 확인요청을 해 놓은 상태이며 확인 여부에 따라 샘플 클리어런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소속사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사과문에 뮤직비디오와 티저영상 논란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고, 소속사 로엔트리는 다시 입장을 내고 ‘악의적인 끼워 맞추기 식 편집’일 뿐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제작/기획 단계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단편적으로 연출된 장면들이 하나의 성적인 코드에 맞추어 재해석되고 이로 인한 무분별한 억측들이 확산되며 본래 앨범에 담았던 진정성과 아티스트의 노력까지 왜곡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한 뮤지션은 “무단 샘플링 문제는 아이유의 경우뿐만 아니라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작곡가들은 ‘샘플링 소스’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작곡에 사용하는데 그 중 출처가 불분명한 게 문제가 된다. 사실 모든 샘플링 소스의 출처를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잘 발각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하는 작곡가도 분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아이유가 프로듀서로서 꼼꼼히 살피지 못한 점은 잘못했지만, 무단 샘플링은 아이유만이 아니라 음악인들이 모두 함께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제제’ 해석 논란 역시 지나치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방송인 허지웅은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한 음악 관계자 역시 “뮤지션은 자신의 생각, 감정 등을 녹여 음악을 만들어내고 그 소스는 문학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문학에 대해 뮤지션이 해석한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철저히 수용자의 몫이다”라며 “이번 출판사의 유감 표시는 J. M. 바스콘셀로스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