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구단은 10일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박병호와의 단독교섭권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는 박병호 측과 30일간 입단 협상을 벌인다. 박병호가 계약에 합의하면 팀 동료이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이어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두 번째로 미국 무대를 밟게 된다. 만약 협상이 어긋나면 미네소타는 포스팅 금액(1285만달러·약 147억원)을 돌려받는다. 이후 박병호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모색하거나 넥센에 잔류하게 된다.
박병호의 연봉은 포스팅 액수를 보면 예상할 수 있다. 박병호 이적료는 강정호의 2.5배다. 포스팅 비용이 500만2015달러인 강정호의 연봉은 4년 총액 1100만달러(연평균 275만달러)다. 따라서 박병호의 연봉은 500만~600만달러(약 58억~69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병호가 연간 500만달러 수준의 4년 이상 계약을 성사시킬 경우 미네소타는 포스팅 비용을 합쳐 박병호에게 연간 800만달러를 쓰게 된다. 이는 메이저리그 1루수 평균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83승79패)를 차지했다. 시즌 막판까지 와일드카드 진출을 놓고 경쟁을 벌이며 만년 하위권팀 이미지를 벗었다. 하지만 공격력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팀 타율이 아메리칸리그 15개 팀 중 14위(0.247)에 불과하다. 팀 홈런도 10위(156개). 따라서 박병호 영입은 공격력 강화를 위한 포석인 셈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연봉 총액 18위의 ‘스몰 마켓’ 구단이 이적료까지 필요한 박병호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까지는 치열한 계산과 고민이 있었다. 미네소타의 주전 1루수는 조 마우어(32)다. 팀 간판인 마우어는 아직 3년 6900만달러라는 거액 계약이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 타율 0.265, 10홈런, 66타점에 그쳤다. 2005년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도약한 뒤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다. 미네소타가 마우어의 대체자를 찾는 이유다.
아메리칸리그 소속이라 지명타자를 쓰는 미네소타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미겔 사노(22)를 지명타자로 중용했다. 올 시즌 성적은 80경기 타율 0.269, 18홈런, 52타점. 지명타자감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 때문에 미네소타는 사노를 좌익수로 이동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사노의 3루수 이동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3루수로 뛰었다. 올 시즌 미네소타 주전 3루수 트레버 플루프(29)는 이적 대상에 올라 있다. 플루프가 트레이드된다면 사노가 3루수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박병호는 최악의 경우 마우어, 사노와 함께 1루수,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사노가 포지션을 옮기면 마우어와 1루수,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가질 수 있다.
미네소타 지역지인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은 박병호가 4번 지명타자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테리 라이언 미네소타 단장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병호의 포지션으로 지명타자가 제격이라고 평했다. 그는 “박병호가 1루수를 보고 때로는 3루수로도 나설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명타자가 더 어울린다”면서 “팀 사정상 1루는 마우어, 3루는 트레버 플루프가 맡는 게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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