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의 소극장 풍류사랑방에서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공연 '금요공감' 담당 예술감독 김서령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월 30일자로 예술감독직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금요공감'은 국립국악원이 젊은 관객층을 겨냥해 3월부터 시작한, 국악과 클래식, 재즈, 대중음악, 연극, 현대무용, 문학 등 다양한 장르가 함께하는 협업공연이다.
지난달 국립국악원은 이달 6일로 예정됐던 '앙상블시나위'와 기타리스트 정재일,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의 협업 공연 '소월산천'에서 박 연출이 연출하는 연극을 빼고 음악 연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하라고 요구해 '예술검열'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앙상블 시나위'는 국립국악원의 이 같은 요구를 거부했고, 국립국악원은 이날 공연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다.
박근형 씨는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 중 한 명이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였고, 최근 이 때문에 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 지원 사업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예술감독은 문제가 된 '소월산천'과 관련, "국립국악원측이 공연 2주 전 갑작스럽게 공연 취소 또는 앙상블 시나위의 단독 공연 추진을 통보했다"며 "예술감독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국립국악원이 직접 앙상블 시나위에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예술감독은 "애초 기획 취지를 무시, 포기한 이 프로그램에서 더이상 예술감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존재 이유도 없다"며 "국립국악원의 일방적 결정과 진행 상황들도 예술감독의 권한과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해당 예술가 뿐 아니라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며 국립국악원에 "명확한 해명과 진심어린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국립국악원은 이와 관련 "상반기에 세 차례에 걸쳐 연극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이 무대에 올려본 결과, 자연음향 국악 연주를 위해 설계돼 음향과 조명 장치를 사용할 수 없는 공연장의 특성상 연극은 대사 전달 등에 문제점이 발견돼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국립국악원은 "앙상블시나위와 국립국악원 담당 직원 간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해당 직원이 퇴사하면서 공연의 방향이나 세부 내용에 대해 충분한 협의와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정 연출가를 겨냥한 탄압이나 예술 검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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