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동승체험 형태로 공개된 차량은 EQ900의 시험차 5단계(P5) 중 2단계(P2) 차량. 준비차, 시험차 5단계, 양산 선행차 등을 거쳐 프로젝트명 ‘HI’로 6년간 개발된 차량은 EQ900으로 거듭나게 된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시험차에 기자가 동승한 곳은 뉘르부르크 링 인근 현대차그룹 유럽기술센터. 2013년 8월 완공된 이 센터는 지난 두 달간 시험차가 링을 480바퀴 이상 달리는 동안 엔진오일과 타이어 등 소모품 교체는 물론 시험주행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프랑크푸르트의 유럽기술연구소(HMETC)와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에 보내 보완을 거듭했다.
‘제네시스 EQ900’의 시험차 두 대가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질주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울창한 삼림으로 둘러싸여 직선에서 곡선으로 이어지는 구간 등을 예측하기 힘든 ‘블라인드 구간’이 끝없이 이어졌다. 운전대를 직접 잡지는 않았지만 변화무쌍한 구간에 머릿속이 다 지끈거렸다. 하지만 시험차는 곡선에서도 시속 100㎞를 넘나들었다. 직선 구간은 최고 180㎞/h를 찍었다. 해발 고도가 가장 낮은 곳을 지날 때 몸이 땅으로 꺼질 듯 강한 중력이 느껴지고, 갑자기 나타난 언덕을 지날 때에는 엉덩이가 붕 떴다가 내려앉기를 거듭했다. 링의 최대 높낮이 차는 300m에 달한다.
회전목마를 뜻하는 180도 회전 구간인 ‘카루셀’을 지날 때 상체는 물론 몸속의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카루셀은 사고가 잦은 곳이지만 시험차는 안정적으로 빠져나갔다. 기존 모델에 없는 4륜 구동을 추가해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 동급 최대 크기의 브레이크 디스크로 제동 능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날 동승주행 랩 타임은 11분 안팎으로, 평균 110㎞/h로 달린 셈이다. 링에서 25년간 드라이버로 일한 덕이 경주용 차량으로 낸 최고기록이 7분20초이고, 평소 EQ900 시험차 운전 때 9분 안팎인 것에 비하면 느리지만 EQ900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간 가혹한 주행시험을 경험하기에는 충분했다. EQ900 개발을 담당한 서만규 책임연구원은 “링에서는 내구성, 승차감과 핸들링(R&H), 곡선주행 시 안정성 등을 주로 테스트했다”며 “링에서의 검증은 이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뉘르부르크=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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