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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내가 100 받을 때 은행원 140 받는 이유

입력 : 2015-11-20 05:00:00 수정 : 2015-11-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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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전체 실적을 행원 연봉에 일정 부분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행 실적이 악화돼도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받아 가면서 은행 부담을 키우는 임금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마다 급여가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급여체계를 성과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큰 틀에서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문하고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 근로자들의 보수체계 문제는 다른 산업에 비해 급여수준이 높으면서도 실적에 따른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과평가보다는 연차가 늘수록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 비중이 높아 최근처럼 경기가 어렵고,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금융회사가 경기여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5일 개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는 이런 국내금융산업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 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 수는 정규직 1만22명, 계약직 971명 등 총 1만993명이다.

◆7개 시중은행 남자직원 평균 18.6년 근무, 연평균 급여 1억100만원

이들의 근속연수는 평균 15.2년이고, 연평균 급여는 평균 7900만원이었다. 남자직원만 보면 평균 18.6년 근무했고, 연평균 급여가 1억100만원이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전체 산업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금융산업의 임금수준은 2006년 129.7% 수준이었는데 작년엔 139.4%로 상승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전체 산업 근로자들이 받는 평균 급여보다 약 40%를 더 받는다는 얘기다.

이 기간에 급여가 오른 수준도 금융산업이 전체 산업보다 10%가량 높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초과급여보다는 정액 급여가 높았고, 특별급여가 여타 산업보다 높았다.

금융산업의 임금체계는 호봉제 비율이 다른 산업보다 월등히 높다. 금융 및 보험업의 호봉제 비율은 2009년 말 78.9%에서 2013년 6월 63.7%로 떨어지긴 했지만, 전체 산업 평균(36.3%)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급여 상승폭, 여타 금융산업 대비 10%가량 높아

금융권에선 기본급 체계에 직능 또는 직무급을 전면 도입한 업체가 별로 없고, 대부분 이를 호봉제에 첨가해 활용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에 나선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금융권의 임금체계는 연공형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고 형식상 연봉제와 내용상 성과 배분제를 결합한 '혼합호봉제'의 형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성과급도 개별성과급 제도가 아닌 집단성과급의 형태를 띠고 있다. 또 성과는 승진 등의 인사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적용될 뿐 급여에 직접·전면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호봉제에서도 고과에 따라 차등해 호봉이 올라가는 경우는 25%에 불과해 기본급에 성과를 반영하는 정도도 낮았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국내 10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모든 은행이 성과평가를 하고 있었지만 집단평가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과주의가 재무적 성과 또는 공정한 내부경쟁에 기여한다는 응답이 각각 70%에 달했다.

◆급여 ‘역전현상’, 임원 승진 기피하는 직원 속출

하지만 성과연동 보상이 일반 직원에는 적용되지 않아 일부 성과가 부진한 간부는 부하직원보다 급여가 작은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승진을 기피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의 2013년 당기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2012년보다 55.3%나 줄었고, 2013년 국내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수익성과 생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권 교수는 "국내 노동시장의 고령화, 비정규직 근로 확산, 청년층 일자리 축소 등을 고려할 때 금융산업의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 직무와 임금의 연계를 강화하고 숙련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은행원의 근속연수와 연봉은 비례관계가 있다.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연봉이 오르고 연봉이 높아지니 장기근속 유인이 더 생기고 있다. 그 이유는 호봉제 때문이다. 은행의 호봉제 도입 비율이 91.8%로 전체산업 60.2%보다 월등히 높았다.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은행은 결국 55세나 56세 때 명예퇴직으로 일괄 정리하는 패턴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 오히려 약 20년에 걸치는 일정기간의 안정성이 어느 순간에 명예퇴직이라는 절벽으로 나타나 중고령자의 실직을 조장하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는 것이다.

◆50대 명예퇴직, 중고령자 실직 조장

은행권 내에서도 성과관리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은행 직원들은 현 성과관리체계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다고 생각하면서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고령·저성과자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 직무급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직무급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임금의 경직성은 축소하되 실질적 근속기간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충격에 대한 은행의 완충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성과연봉이 은행 전체 실적에 따라 일정부분 연동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과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서 위원은 "성과 평가시 장기성과 비중을 높이고 관대화 경향을 줄이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직원 육성, 신규고객 발굴, 자산건전성 관리 노력 등에 대한 비중 확대 ▲사업단위 및 거래 특성을 반영한 성과지표(KPI) 결정 ▲승진대상자 등에 대한 높은 고과 부여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강화 등을 제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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