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그 다른 무엇>
◇프로의 다른말은 '밀당'의 고수
프로는 상대와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 적당한 힘으로 잡아 당겼다가 슬쩍 놓아주고 다시 당기고…, 이를 통해 상대의 힘을 가늠하고 진을 빼게 만든다.
이러한 밀당은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명감독일수록 밀당의 고수이다.
지난 10월 17세이하 청소년축구대표팀이 FIFA U17월드컵에서 조별리그 무패로 16강에 올라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청소년 축구팀이 좋은 결과를 보일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1983년 멕시코세계청소년축구 4강 신화이다.
당시에는 청소년축구가 연령별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20세이하 대회로 불렸다.
4강신화의 주역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선수가 아닌 박종환 감독(사진)이다. 2002월드컵 4강신화를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만큼 유명세를 치렀다.
박종환 감독은 흔히 훈련량이 많은 감독, 벌떼축구로 많이들 알고 있다. 물론 쉼없이 뛰는 체력을 길러 좋은 경기력을 연결시킨 것은 맞다.
하지만 박종환 감독의 진정한 무기는 밀당이다.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통해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선수, 특히 프로라면 경기에 나서고 싶어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좋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감독은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한편 출전 전권을 쥐고 있다.(아주 일부이지만 구단 프런트가 출전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를 경기에 내보내고 또 얼만큼 뛰게하고 어떤 자리에 배치하느냐가 감독의 실력이자 가장 큰 무기이다.
박종환 감독은 경기에 나가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선수를 몇경기씩이나 내보내지 않고 애를 태운다. 선수는 약이 잔뜩 올라 있다.
이때 슬쩍 선수에게 "교체선수로 너 한번 나가볼래"라고 말(눈짓)을 한다. 그러면 이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가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일(골)을 저지른다.
박종환 감독이 유독 선수교체로 재미를 톡톡히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감독이 밀당을 하지만 박종환 감독은 밀당의 프로 중 프로였다.
이는 곁에서 지켜보면 잘 모른다. 오직 그 밑에서 선수로 뛰어본 이들만 안다. 물론 불만도 많았겠지만.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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