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적 사업은 정치상황과 무관’ 공감대 문화재는 남북한을 ‘한민족’이란 이름 아래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분단 70년보다 훨씬 긴 4300년을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오며 만들었고, 지금껏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질성 회복의 토대라는 것은 남북한 모두 동의하는 부분이고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과 개성에서는 ‘남북이 동시에 개최하는 최초의 전시’가 열렸다. ‘남북 공동발굴 개성 만월대 특별전’으로 국립고궁박물관과 고려박물관에서 만월대 발굴 성과물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지난 6월 북한 개성 만월대에서 남북한 관계자들이 2015년 공동발굴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갖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
남북한은 전시회와 함께 지난달 15일 개성 고려성균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발굴 성과를 공유하고,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태헌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부위원장은 “그간의 성과가 좋고 평가도 좋아서 만월대 공동발굴이 9년간 지속하게 됐다”며 “민족적 사업은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손수호 소장은 “올해 발굴에서는 축대, 건축지, 우물 배수시설이 드러났고, 처음 알려진 월보명문기와 청자대접 등 고려청자의 높은 발전수준을 알려주는 유물도 나왔다”고 밝혔다.
만월대만큼의 성과는 아직 없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에 대한 조사와 보존도 남북이 함께 해야 할 사업으로 꼽힌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난 9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하자고 하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형유산도 ‘남북 공동’ 타이틀을 달 수 있는 유력한 분야다. 북한은 지난해 아리랑을 처음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올렸다. 올해는 김치의 등재를 추진 중이다. 남한은 둘 다 이미 등재시켰다. 아리랑, 김치 모두 동질성이 강한 유산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동 등재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네스코도 비슷한 성격의 유산은 공동 등재를 권하고 있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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