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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체들 다양한 제품 출시
약 5300만마리. 겨울옷에 들어가는 털·가죽 때문에 매년 희생되는 동물 숫자다. 국제모피반대운동단체연합인 FFA(Fur Free Alliance)는 이 중 85%가 너구리, 여우, 밍크, 친칠라 같은 야생동물을 대량사육해 얻어진다고 분석한다. 야생동물의 본성에 맞지 않는 대량사육도 문제지만, 모피를 벗겨내는 과정 역시 잔인하기 짝이 없다. 코트 한 벌에 소비되는 동물은 여우 11~45마리, 토끼 30마리, 밍크 55~200마리에 이른다. ‘모피의 진실’이 알려지면서, 부의 상징이던 모피는 이제 자랑하기 겸연쩍은 옷으로 자리 잡았다. 이 자리를 인조모피가 대체하고 있다. 특히 윤리 소비, 합리적 소비(가치 소비) 경향이 자리 잡으면서 ‘싸구려’로 여겨지던 인조모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윤리적·합리적 소비 영향, 인조모피 뜬다

인조모피는 아크릴과 폴리에스테르를 주 재료로 만든다. 인조모피의 장점은 저렴하고 관리가 쉽다는 것이다.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으나, 진짜 모피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가격이다. 동물 털·가죽과 달리 습기에 강해 곰팡이를 염려할 필요도 없다. 물세탁이 가능해 유지 비용 또한 적다. 인조모피는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어 빤 뒤 기계로 탈수하지 않고 평평하게 뉘어서 널면 된다. 색상 구현이 자유롭고 원하는 글씨·무늬를 얼마든지 넣을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동물 보호에도 동참할 수 있다.

뻣뻣한 질감과 털빠짐은 인조모피의 단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역시 많이 보완됐다. 인조털 생산업체인 경원 관계자는 “동물 털과 비슷한 질감, 품질을 낼 수 있도록 인조털 기술 개발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며 “최근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인조털의 털날림 등이 동물 털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만질 때 느낌이 동물과 다르고 약간 더 무거운 점은 인조털의 해결 과제”라고 전했다.

인조모피의 품질이 좋아지면서 소비자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동물 윤리를 이유로 의식적으로 모피를 피하는 이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 사이에도 ‘인조 모피도 입을 만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합리적 소비 경향이 더해졌다. 패션업체 LF 홍보팀 이상호 차장은 “올해 유통·패션계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중시되면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보장되는 인조 모피가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최근 눈비가 잦고 날씨가 오락가락함에 따라 가혹한 환경에서도 편하게 입고 들 수 있는 인조모피가 재조명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눈보다 내 개성을 뽐낼 패션’이 중시되는 흐름도 인조모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 차장은 “경기가 어렵다보니 과거 ‘나도 이 정도 가방은 든다’식으로 남을 의식하던 패션에서 벗어나 내 개성을 드러내면서 편하고 만족할 만한 제품이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체들, 인조모피 제품 꾸준히 선봬


LF의 여성 편집형 리테일 브랜드 앳코너는 이번 시즌 인조모피 제품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늘렸다. 제품군도 코트, 머플러, 가방 등으로 다양해졌다. 앳코너의 검정·노랑·빨강을 섞은 인조털 코트는 화려한 외양을 자랑한다. 질바이질스튜어트는 패딩 위에 인조 털조끼를 덧대 멋과 보온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출시했다. LF는 또 인조가죽 소재인 PVC만을 쓰는 이탈리아 핸드백 브랜드 ‘검(GUM)’을 최근 국내에 선보였다. 브랜드명 ‘검’은 PVC 소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Gomma’에서 유래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구호(KUHO)는 이번 시즌 밍크 느낌의 인조털(Fake Fur) 상품, 무스탕 느낌의 캐주얼한 인조모피 상품을 출시했다. 김현정 구호 디자인실장은 “동물보호, 착한 소비 등의 트렌드로 페이크 퍼가 인기”라며 “아이보리 색상의 짧은 털 코트는 무스탕 느낌을 재해석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갈색을 배색해 젊은 느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에잇세컨즈는 인조모피를 활용한 복숭아 색상의 스웨트셔츠를 선보였다. 클러치로 활용이 가능한 숄더백도 출시했다.

패션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는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폴 매카트니의 딸이자 친환경주의자인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는 이 원칙을 고수하며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매카트니는 인조 소재를 고급 패션으로 승화시킨 대표 디자이너다. 이 브랜드의 ‘잇백’으로 인기인 팔라벨라 가방은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2015 가을·겨울 컬렉션에는 최고급 가죽을 쓴 듯 착시효과를 주는 인조 가죽 제품이 다수 눈에 띄었다. 모피를 재현해낸 ‘퍼 프리 퍼’(Fur Free Fur) 코트도 동물 털·가죽 못지않은 보온성과 촉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인조·진짜 모피 구별하는 법

2007년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는 ‘인조모피’로 제품 정보를 표기한 의류 중 일부가 진짜 모피를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류의 제품 표기 정보가 의심될 때 인조 모피 구별법을 알아본다.

① 모피 뿌리를 확인한다.

털이 시작되는 부분을 살핀다. 진짜 모피에는 동물 가죽이 붙어있다. 대체로 색깔이 희거나 무두질돼 있다. 염색한 모피라면 염색 색상을 띤다. 인조 모피는 원단에 망선 모양 바느질 처리가 돼 있다. 인조모피는 쉽게 말하면 실을 바둑판 모양으로 짠 뒤 이 위에 퍼를 엮은 형태다.

② 털 끝을 본다.

인조든 동물의 털·가죽이든 모피 색상과 길이는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다. 이때 길이가 가장 긴 털의 끝부분을 점검한다. 털 끝이 일정하게 잘리지 않은 이상, 동물 털은 고양이 수염처럼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진다.

③ 불을 붙여 본다.

동물 털은 불에 탈 때 사람의 머리카락이 타는 것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보통 아크릴·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인조모피는 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털이 옷에 붙은 채로 시험하거나 어린이가 시도해보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료: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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