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저성장도 문제
재정개혁 실패 땐 150% 치솟아
국민연금 2060년·건보 2025년
사회보험 줄줄이 기금고갈 위기
저부담·고급여 체계 개선 시급
재정감안 않는 복지정? 나라살림이 빚에 쪼들리고 있다. 복지와 사회보험비용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도 둔화하고 있다. 쓸 곳은 폭주하는데 세수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빚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강력한 재정개혁을 펴지 않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현재 40% 수준에서 2060년 60%대까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기초연금 같은 대규모 의무지출이 신규로 도입되거나 구조개혁이 실패한다면 이 비율은 150%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복지제도 정착에 들어가는 비용과 통일비용 등을 감안하면 재정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60년 국가채무는 GDP 대비 38∼62% 수준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수십년 이후 나라살림을 예측하는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한 중기전망만 발표해 왔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번째는 정부가 매년 경상성장률만큼 재량지출을 늘릴 경우다. 재량지출이란 정책적 의지에 따라 집행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돈을 뜻한다. 더 벌어들인 만큼 더 쓰겠다는 의미의 첫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60년에 62.4%까지 올라간다. 2016년 42.3%(전망치)에서 20.1%포인트 오른 수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매년 늘어나는 재량지출을 10%씩 삭감하는 방식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랏돈을 아낄 경우 2060년 국가채무비율은 38.1%로 떨어졌다. OECD 권고 수준인 60%는 물론 내년 우리나라 국가부채보다 더욱 낮아진 셈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평균인 115.4%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고 잠재성장률도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의무지출이 신규로 도입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27%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 비율은 기초연금이 국민연급 가입자의 소득에 연계해 인상될 경우 37%포인트, 경상성장률이 매년 0.8%포인트씩 하락할 경우 32%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기재부는 추산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전략협의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가재정의 또다른 위협요소는 사회보험 부문이다.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사학연금은 2027년 적자 후 2042년 고갈되고, 건강보험(2025년)과 노인장기요양보험(2028년)도 조만간 기금이 고갈된다.
재정이 건전한 고용보험, 보험요율 소폭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주요 사회보험이 모두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정부 충당이 불가피해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사회보험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저부담-고급여’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사회보험 부문은 지금과 같은 체계에서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세대 간 형평 등을 고려해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가 진행 중이고, 복지제도 성숙과 성장잠재력 둔화 등 구조적 압박 요인으로 장기재정 여건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 성장률을 지속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므로 성장잠재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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