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결혼 적령기 남녀가 결혼을 늦추는 ‘만혼(晩婚)’ 추세에 제동을 거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만혼 문제만 해결해도 지난해 기준 출산율이 1.21명에서 1.58명으로 느는 등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젊은이들의 취업과 집 장만 지원,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 지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강화 등을 통해 예비 부부가 빨리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울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
◆임산부 진료, 2018년부터 무료로
임신, 출산과 관련해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진료·검사비의 본인 부담이 점진적으로 줄어 2018년부터는 사실상 국가가 전액 책임지게 된다. 2017년부터 임산부의 급여항목 본인 의료비 부담비율이 현행 20~30% 수준에서 5%로 낮춰지고, 2018년부터는 본인 부담비를 50만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로 지불할 수 있게 돼 사실상 본인 의료비 부담이 없어진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초음파 검사와 병원 1인실 이용, 제왕절개 수술 시 무통주사 등 산모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임산부의 비급여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제4기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선 출산율을 인구대체 수준인 2.1명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 더욱 비상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정부는 내년부터 임산부가 병원에서 출산할 때 수집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보를 연계해 출산근로자가 출산휴가를 사용하는지, 기업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 중 부당하게 해고하지 않는지를 수시로 적발해 처벌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이 끝난 뒤 6개월 동안 고용이 유지된 비율이 2013년도 기준 65%에 그쳤다. 특히 1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은 절반 이상이 육아휴직이 끝나면 직장을 떠났다. 또 300인 이상 근무하는 기업에서는 출산휴가를 쓴 사람 중 육아휴직을 하는 여성이 91.3%에 달했지만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남성육아휴직자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높이는 계획을 세우고 ‘아빠의 달’ 인센티브 지급 기간을 내년부터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릴 계획이다. 아빠의 달은 한 자녀에 대해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하고 다음에 아빠가 육아휴직할 때 첫 달의 휴직급여로 통상임금의 100%(상한액 150만원)를 지급하는 제도다. 평상시 육아휴직 급여는 상한액(월 100만원) 내에서 통상임금의 40%만 지급한다. 만약 아빠가 먼저 휴직하고 다음에 엄마가 육아휴직을 해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중소기업은 소속 근로자에게 첫 육아휴직을 허용하면 ‘육아휴직 지원금’으로 1년간 월 40만원씩(현재 월 20만원)을 지원받고, 남성이나 비정규직에게 육아휴직을 허용해주면 월 30만원을 받게 된다.
◆실효성은 글쎄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공청회 이전에 나왔던 시안이나 1, 2차 기본계획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엄청난 금액이 투입되는데 이를 청년들의 안정된 직장과 소득 보장, 고용 안정화에 투입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시대 추세에 맞게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성을 제고한다면서 저출산의 주요 원인을 ‘만혼 및 비혼’으로 보고 대책을 수립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