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중재로 조계사와 경찰이 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수배 중인 한 위원장이 종교 시설을 도피처로 악용한 행태는 공권력이 낭비되는 등의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수배 상태에서 조계사로 도피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조계사에서 걸어나온 뒤 경찰에 체포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한 위원장은 그간 조계사에 머무르며 경찰에 “자진 출두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하고 있는 데 대해 불교 신도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9일 경찰이 조계사 내부로 진입해 충돌이 빚어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10일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관음전를 나와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 앞서 대웅전에 삼배를 하기 위해 도법스님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남제현기자 |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24분쯤 자신이 머무르고 있던 도심포교100주년기념관을 나와 대웅전에서 삼배를 한 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면담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비 경찰과 민주노총 조합원, 취재진 등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남제현 기자 |
한 위원장은 기자회견 뒤 조계사의 대문인 일주문을 빠져나가자 마자 경찰에 체포돼 수갑이 채워진 채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됐다. 이날 조계사 주변에는 전날보다 2배 많은 경찰 25개 중대 약 2000명이 배치돼 한 위원장의 호송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9일 1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한 위원장의 체포작전에 나섰으나, 자승 스님이 중재에 나선 뒤, 10일 정오까지 체포영장 집행을 연기했다.
박진영·이창수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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