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그 다른 무엇>
프로라면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초반 상대 기세를 제압해야 한다. 경기 룰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상대방 약을 올리거나 심지어 위협하는 것조차 상대방의 기를 제압하는 방법이다.
③ 1986멕시코 월드컵 때 마라도나에게 공포감을 심어준 허정무
허정무(60)는 별명이 진돗개이다. 고향이 진돗개로 유명한 전남 진도인 까닭도 있지만 악착같은 승부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허정무의 승부욕은 기싸움 그 자체이다. 선수때는 물론이고 지도자 생활을 했을 때에도 기싸움에선 결코 밀릴 적이 없다.
허정무의 기싸움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은 86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32년만에 다시금 월드컵 본선무대에 진출했다.
김정남 감독이 이끌던 86월드컵 대표팀은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 최순호 김주성 변병주 박창선 등 쟁쟁한 멤버들로 구성됐다.
많은 축구인들은 자질로 볼 때 86멤버가 역대 최강으로 꼽고 있다.
이들이 지금처럼 외국팀과의 경기경험, 외국리그 생활을 했다면 또 첫 경기를 비교적 쉬운 상대와 만났다면 다른 결과를 보였을거라고 믿고 있다.
86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국은 첫 상대로 하필이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만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르헨티나는 '신의 손'사건을 일으킨 스타 마라도나를 앞세워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이야기를 돌려 한국은 1986년 6월 3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멕시코 올림픽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첫 대결을 가졌다.
김정남 감독은 맞상대하면 힘들 것으로 보고 수비에 비중을 두고 차범근과 최순호를 이용한 역습작전을 들고 나왔다.
특히 마라도라는 어떻게든 잡아야 비기기라도 바라볼 수 있다며 전담 마크맨을 선정했다.
처음엔 김평석이 마라도나 전담마크맨을 나섰다.
하지만 전반 4분과 17분 잇따라 골을 허용하자 김평석을 빼고 조광래를 교체투입했다.
이어 허정무에게 마라도나를 전담시켰다.
허정무는 감독의 지시를 120% 이행했다.
허정무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누구에게도 지기싫어하는 승부욕으로 마라도나를 쉼없이 괴롭혔다. 아예 마라도나는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비록 1-3으로 패했지만 마라도나는 허정무를 두고 두고 잊지 않았다.
2010남아공월드컵때 하필이면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B조에 속해 두번째 경기(한국 1-4패)를 가졌다.
한국 감독은 허정무,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가 이끌었다.
경기를 앞두고 마라도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6월드컵 때 한국 선수들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축구가 아닌 태권도를 펼쳤다. 나는 여전히 허정무를 기억한다"고 말할 정도로 허정무하면 깜짝 놀라고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인터넷 홈페이지도 "1986년 6월2일(현지시간) 멕시코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모든 시선은 마라도나에게 쏠려 있었지만 그 시선들은 곧 허정무 감독에게 옮겨갔다"며 "당시 마라도나는 허정무의 거친 태클에 생사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며 기싸움에 관한한 허정무가 압승했다고 알렸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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