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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사태 겪은 조계사…'대응 매뉴얼' 만드나

입력 : 2015-12-11 10:13:49 수정 : 2015-12-11 10: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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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고민해 볼 수 있다"…자비 사상과 맞지 않아 어려울 수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은신으로 곤욕을 치른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가 대응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조계사 주지이자 총무원 총무부장인 지현 스님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종단은 필요가 없겠지만 조계사 차원에서는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경찰과 대규모 충돌을 야기한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뒤 그달 16일 조계사에 들어왔고, 지난 10일까지 25일간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에 머물렀다.

그동안 조계사에서는 신도회가 한 위원장을 끌어내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한 위원장 문제를 놓고 방문객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는 등 크고 작은 소동이 끊이지 않았다.

또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민주노총의 투쟁 본부로 활용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계사 관계자는 "한상균 사태로 인해 신도가 줄고 분위기가 어수선해 충격이 컸다"면서 "스님들의 허탈감, 신도들의 실망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응 매뉴얼 제작에 대해 "고민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소도'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소도는 삼한시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로, 죄인이 들어와도 잡아가지 못했다.

앞서 조계사에는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들어왔다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촉구 촛불집회와 관련해 이석행 민주노총 전 위원장 등 6명이 몸을 의탁했다. 2013년에는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됐던 박태만 당시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명동성당으로부터 소도 역할을 넘겨받은 조계사는 2000년대 들어서만 네 차례 수배자의 도피처로 활용됐고, 그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조계사가 고민하는 대응 매뉴얼 제작이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조계사는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사찰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종단과 관계없이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계사 주지 스님의 임기가 보통 2년밖에 되지 않고 선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또 자비와 생명 존중을 중시하는 불교계가 매뉴얼에 따라 사람을 선택해 받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조계종 총무원의 간부 스님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는 생물이라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면 감쌀 것이고, 지탄을 받는 사람이면 품기 힘들 것"이라면서 "사회적인 공유가 이뤄진다면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소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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