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한 자율형 고교의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교 비리를 폭로하고 나섰다.
교사들은 "설립자인 교장이 학교를 부를 축적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며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교사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정모(58)씨가 2004년 문을 연 자율형 학교이다.
정씨는 고급 컴퓨터 게임인력 양성을 건학 목표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지난 12년간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라고 교사들은 주장했다.
교사들에 따르면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받는 수업료는 무려 월 108만원이다. 여기에는 특기적성비, 기숙사비, 급식비가 포함된다.
자율형 고교는 일반 학교보다 최대 3배까지 수업료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최대치를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컴퓨터를 기반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데도 학교에 컴퓨터실 자체가 없다.
학생용 컴퓨터도 전혀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공부하려면 입학하면서 개인 노트북을 사와야 한다.
학교 측은 "실습실과 컴퓨터가 없는 것은 맞다. 컴퓨터는 원래 있었는데 내구연한이 지나 폐기 처분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컴퓨터를 수업시간 외에도 수시로 써야 해 효율성 측면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노트북 살 돈이 없으면 공부도 하지 말라는 거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학교는 도서실도 겨우 열명 남짓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좁으며 최근 몇 년 사이 한 푼의 도서 구입비도 책정하지 않았다.
기숙사는 좁은 방 하나를 6명이 나눠 쓰고 10년 동안 침대 매트리스도 겨우 한 번 갈았을 정도다.
막대한 수업료를 받지만 학생 교육을 위한 시설 투자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급식 비리도 만연해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영양사들이 상한 식재료가 자주 납품돼 문제를 삼았지만 학교 측이 번번이 묵살했으며, 급식비 일부가 교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건축비로 전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한다.
영양사들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두곤 하는데 이는 급식 부정 때문이라고 교사들은 주장했다.
학교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도 의혹투성이라고 했다.
방학 등을 이용해 '중학생 영재교육', '영어캠프', '여름 게임캠프' 등을 진행하는데 여기에 동원된 교사들에게 강의료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들에 받는 프로그램당 10만~15만원의 수강료 상당 부분이 교장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라고 교사들은 의심했다.
재학기간에 2번을 가는 수학여행도 모두 외국으로 가는데 비슷한 상품과 비교할 때 학생 1인당 10만~20만원은 비싸다고 교사들은 주장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각종 명목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비리가 한둘이 아니다. 비리 백화점이 따로 없을 정도"라고 혀를 찼다.
이 학교 정모 교장은 아내와 지인을 기숙사 관장과 방과 후 교사로 채용한 것으로 서류를 조작해 4억여원을 횡령했다가 최근 구속된 상태다.
그의 구속을 전후해 학교의 비리가 조금씩 드러나며 학부모와 졸업생들도 조만간 학교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사들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알 수 있을 만큼 학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은 교장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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