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선까지 몰려 경제에 악영향 미국 금리인상, 중국 성장둔화, 유가하락의 삼각파도가 엄습하고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악재가 트리플로 동시에 상승작용을 하면서 폭발력이 더욱 커지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덮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을 촉발해 외화유동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를 외환위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동남아 위기는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로 옮겨 올 수도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은 기술력이 한국을 바짝 추격해 오고 경제구조도 투자와 수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구조적으로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성장률까지 추락해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 글로벌 유가마저 폭락해 산유국이 대거 발주해 오던 건설 플랜트 수출 급감도 예고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즉 슈퍼달러·초엔저가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더 되고 위안화도 추가적으로 더 평가절하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외화유동성 점검이 일차적인 과제다. 최악의 리스크를 가정한 소요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우호국과의 통화스와프 등 2선 외화유동성도 확충해야 한다. 중단된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복원하는 등 3국 간 ‘거시경제정책 조정기구’, ‘통화금융협력기구’를 실효성 있게 복원해서 과도한 근린궁핍화 정책을 지양하도록 협조를 촉구할 필요도 있다.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이탈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엔화와 위안화 약세에 부응한 적절한 속도의 점진적인 원화 약세는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환율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하게 불안정한 자본이동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추락하고 있는 경제와 기업·가계의 부채원리금 상환부담을 고려해 금리 인상은 필요한 경우 최소한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 기간 중에는 금융회사와 개인의 현금 보유 비율이 증가하고 이는 통화승수를 하락시키므로 동일한 본원통화 공급에도 시중 유동성은 줄어들게 된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통화를 공급하면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투자와 소비를 과도하게 위축시킨다. 통화승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통화 공급과 금리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대외 리스크가 증가해도 대내적으로 경제가 건실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투자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경제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잘못하면 1997년과 같은 위기로 추락할 수도 있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위기대응체제로 전환하고 전문가를 총동원해 위기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후내년 대선을 앞두고 과도한 정쟁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1997년에도 대선이 있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성찰해 보아야 할 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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