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용인 서부에서 경사로 근무 중인 경찰입니다. 15만원 때문에 인생에 흠집 내기 싫습니다. 믿으셔도 돼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직업 경찰관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고 물품 사기 행각을 벌여 유흥비 등으로 쓴 철없는 20대 커플 사기범이 잡혔다.
16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대학 휴학생 조모(21)씨는 부모와 다투고 집을 나와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모텔을 전전하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인터넷 물품 사기를 계획했다.
그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려다 사기당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올 6월부터 본격적인 물품 사기에 나섰다.
조씨는 인터넷에 판매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물건을 살 것처럼 접근해 물품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는 이를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이렇게 모은 사진만 1천장이 넘었고, 조씨는 이 사진을 피해자들에게 보여주며 물품 사기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진을 저장해뒀기에 프로야구 입장권, 휴대전화, 육아용품, 온수매트 등 조씨의 물품 사기 품목도 각양각색이었다.
조씨는 구매자들이 제3의 기관이 결제를 대행해주는 안전 결제를 요구하거나 대면거래를 제의하면 경찰관을 사칭했다.
특정 경찰서 이름과 계급을 대고 '당직을 해야 해 만나러 나갈 수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피해자의 경계심을 풀고 돈을 받았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조씨는 어느새 상습 사기꾼이 됐고 여자친구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조씨는 6월 범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에 붙잡혔지만 초범인데다 범행 횟수가 적다는 이유로 구속되지 않자 계속 범행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이달 9일 결국 경찰의 추적에 걸렸다. 그동안 조씨는 이미 사기죄로 6건의 재판에 넘겨졌지만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서초서는 조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여자친구는 불구속 입건했다.
조씨 커플은 올해 7∼11월 총 32명으로부터 3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불법 스포츠토토 등에 썼다.
서초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경찰서에서도 조씨의 물품 사기를 수사하고 있고 이미 재판받는 범행을 포함하면 조씨 커플에게 속은 피해자들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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