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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들의 대반란’… 레스터시티, 돌풍의 끝은 어디

입력 : 2015-12-16 20:33:50 수정 : 2015-12-17 00: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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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클럽 제치고 EPL 선두나서 누가 반짝 돌풍이라 비웃었는가. 2014∼15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처음 얼굴을 내민 레스터시티는 강등권에서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리그 14위로 프리미어리그에 살아남았다. 살아남았다는 자체가 클럽의 역사였다. 1884년 창단돼 무려 131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팀이지만 늘 2, 3부를 오갔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기 전에는 간간이 1부에 올라왔지만 그 다음해에는 어김없이 2부로 강등되는 치욕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레스터시티는 축구협회(FA)컵 대회에서 2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명문팀들을 제압하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도 예상 못한 고공비행이다. 아마추어 8부리그 출신으로 의료기구 노동자 출신인 제이미 바디(28)의 폭풍질주를 앞세워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리버풀 등 빅클럽을 제치고 리그 선두(10승 5무 1패·승점 35점)를 꿰찼다. 15일에는 지난해 챔피언인 첼시마저 14년 만에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지난달 29일 영국 레스터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1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운 뒤 환호하고 있다.
레스터=AP연합뉴스
이 정도면 반짝돌풍으로 보기가 어렵다. 단 한 번밖에 패하지 않은 전적도 놀랍지만 경기력이 안정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7라운드에서 아스널에게 2-5로 대패한 경기를 제외하면 2골 넘게 실점한 경기가 없다. 공격력도 대단해 전 경기 득점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3골 이상 득점한 것이 6경기에 이를 만큼 폭발적이다. 알렉스 퍼거슨(74) 전 맨유 감독도 “레스터시티는 환상적인 에너지와 스피드를 갖췄다. 현재 최고의 팀”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레시터시티 돌풍의 주역은 뭐니뭐니해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쓰며 득점랭킹 선두(15골)에 오른 바디와 돌격대장 리야드 마레즈가 꼽힌다. 바디는 주급 30파운드(약 5만원)를 받으며 오전엔 공장에서 근무한 뒤 저녁에는 햄버거로 배를 채워 가며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7부→6부→5부리그 등 한 단계씩 성장하면서 레스터시티에 입단한 뒤에는 1부 승격을 이끌었다. 바디는 올 시즌 11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프리미어리그 신기록을 세웠고, 지난 5월엔 잉글랜드 대표팀에 처음으로 발탁됐다.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 스페인리그 발렌시아, 첼시, 프랑스리그 AS 모나코 사령탑을 지낸 백전노장의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4·이탈리아) 감독이 선호하는 ‘역습 축구’의 정점에 바디가 있는 셈이다.

클럽 애칭이 ‘여우’라고 불리는 레스터시티를 하나의 팀으로 만든 인물은 라니에리이다. 수많은 팀의 감독을 맡으면서 팀 리빌딩에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라니에리는 지난 시즌 강등권을 전전하다 간신히 EPL 잔류에 성공한 레스터시티를 하나의 팀으로 재건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극대화시키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레스터시티 16경기에서 34골을 넣어 EPL 득점 1위다. 패스 성공률은 70.6%로 EPL 팀들 가운데 가장 떨어지고, 점유율도 43.9%로 아주 낮지만 경기당 슈팅 숫자는 14.1회로 첼시와 함께 EPL 공동 5위이고, 유효 슈팅은 5.9회로 EPL 4위에 올라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우린 평범한 팀이지만 팬들의 꿈이 1위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구단은 15일 경기 때에는 전 관중석에다 바디의 사인과 함께 감자칩을 제공하기도 했다. 구단은 재계약 당시 레스터시티가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면 라니에리 감독에게 170만파운드(약 30억원)의 보너스를 주기로 약속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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