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행 0∼0.25%에서 0.25% 포인트 올린 0.25∼0.5%로 상향 조정한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 배경과 이번 결정이 미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 9년 만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사실상 제로(0) 금리를 유지해왔다. 이에 힘입어 최근 고용지표와 경제 성장률이 모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5%로 떨어졌으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환산 기준으로 2.1%를 보였다.
물가상승률은 목표치인 2%에 못 미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더 미루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자산시장에 '버블'이 생길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어 또다시 버블 붕괴가 일어난다면 미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 기준금리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인상하나.
▲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목표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금융업계의 가장 일반적인 예측은 내년에는 0.25% 포인트씩 3차례에 걸쳐 0.75% 포인트 올리고 이듬해 1% 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준위원 17명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번에 걸쳐 평균 1.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7년에는 기준금리가 2.375%, 2018년에는 3.25%로 각각 인상되고 장기적으로는 3.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상 속도는 미국 경제상황을 반영하면서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이날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는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만 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미국이 경기 침체 현상을 보이면 금리를 다시 제로 수준으로 돌릴 수 있으며 이 같은 가능성은 20%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 금리 인상이 미국 부동산·채권·주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 기준금리가 오르면 미국의 자산시장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대로 돈이 몰렸던 채권, 주식, 부동산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투기채를 중심으로 자금이 순식간에 유출되는 '펀드 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3∼9일에 금리 인상을 앞두고 북미 증시에서만 9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부동산 가격도 거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를 기록해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금리 인상이 일반인에게는 어떤 영향 주나.
▲ 금리 인상을 가장 먼저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은 미국 내 은행 대출자다. 기준금리 인상 직후 웰스파고,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시중은행이 일제히 대출 우대금리를 기존 3.25%에서 3.5%로 올렸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대출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구직자들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기업 투자가 움츠러들면 기업들도 채용을 줄이게 된다. 다만, 저유가 등으로 기업 실적이 유지가 된다면 고용 지표도 호조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 외의 국가들이 뒤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국민도 같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신흥국들은 왜 미국 금리 인상을 두려워할까.
▲ 자금 유출이 가장 큰 문제다. 그간 미국의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신흥국에 풀렸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총 3조5천억 달러에 달한다. 대부분 고수익을 노린 돈으로 신흥국 채권에 몰렸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올해에는 자금유입이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띠게 되면 취약 신흥국의 경우 환율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수입 물가는 오르면서 인플레이션과 외환위기에 시달릴 수 있다.
금리인상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신흥국으로는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꼽힌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이 BB+로 강등하기도 했다.
--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기준금리 따라서 올릴까.
▲ 유럽과 일본은 미국과는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3일 이미 예치 금리를 추가로 인하했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행(BOJ)도 지난달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영국도 임금수준이 목표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신흥국에서는 환율방어와 통화가치 하락을 막고자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가나 등이 이미 잇따라 금리를 올렸고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홍콩 등도 17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올렸다.
--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한국도 여타 신흥국처럼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일이었던 데다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은 안정적인 국가로 분류되므로 유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다만, 신흥국들이 타격을 받으면 한국의 수출도 둔화하면서 실물 경제가 나빠질 우려는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관련해서는 곧바로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행은 이달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으며 한동안 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 또는 인하한 후 한국의 기준금리가 동조화를 이룰 때까지 1년 정도가 걸렸다.
<연합>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