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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선(先)반영?… 글로벌 증시 되레 반등

입력 : 2015-12-17 18:24:21 수정 : 2015-12-17 21: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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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재’ 신흥국들은 살얼음판… 내년부터 대거 채권만기 도래 ‘뇌관’… 브라질·터키·남아공 고위험군 꼽혀 미국이 마침내 16일(현지시간) ‘판도라 상자’(금리인상)를 열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혼란 없이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는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상에 힘입어 이날 반등했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도 폭락이나 폭등 움직임 없이 예상 범위 내에서 등락을 보였다. 올 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이미 각국 시장에 리스크가 상당히 반영된 데다 연준이 금리인상 배경으로 미국 경제의 호조를 꼽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년 반만에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된 17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오른 1,18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남제현기자
다만 세계 경제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지속된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신흥국들로 유출됐던 자금들이 고금리를 쫓아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신흥국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경기둔화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락에 이어 ‘트리플 악재’에 휩싸인 상황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주가는 대체로 하락하지만 이날 글로벌 증시는 정반대였다. 이날 뉴욕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224.18포인트(1.28%) 오른 1만7749.0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29.66포인트(1.45%)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75.78포인트 올랐다. 아시아 증시도 오름세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81% 올라 3580.00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전날보다 1.59% 오른 1만9353.56에 장을 마쳤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둘러싼 각종 불확실성이 해소된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준이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에 대해 “올해 고용 여건이 상당히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는 상당한 확신이 있다”며 향후 점진적 금리인상 방침을 시사한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으로 출근하며 미국 금리 인상 영향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신흥국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표정이다. 그동안 달러채권을 대거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온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달러 강세 속에 당장 대거 채권 만기를 맞이하는 내년부터 원리금 상환과 만기연장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브라질과 남아공, 말레이시아, 터키 등을 고위험군으로 꼽고 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만기가 도래하는 신흥국 외화표시채권이 올해 3450억달러에서 내년 5550억달러로 늘어나며 2017∼2019년에는 연간 평균 4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에서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2% 정도가 유출될 수 있으며 이때 신흥국 산업생산은 0.1% 감소하고 주가는 2.5% 하락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UBS의 바누 바웨자 신흥국 책임 전략가는 이런 맥락에서 “신흥국이 물이 천천히 데워지면서 냄비 속에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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