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국농구연맹(KBL)에서 만난 켄트 심판은 “미국 다음으로 좋아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꿈에 그리던 프로 심판으로 데뷔해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9월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에 부심으로 데뷔전을 치른 뒤 D리그(2군)와 프로 경기를 오가며 주심과 부심을 맡고 있다.
주한미군 출신의 스티븐 켄트 농구 심판이 지난 10월 17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동부의 경기에서 판정을 내리고 있다. KBL 제공 |
그는 1987년 사병으로 2주간의 훈련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1990년 장교로 다시 입대한 뒤 2008년 한국으로 첫 발령을 받아 1년간 근무했다. 한국 농구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다시 한반도를 찾은 2012년부터다. 그는 자신의 대부이자 KBL 심판부장 출신인 제시 톰슨의 권유로 처음 한국 프로농구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심판이 언제 휘슬을 부는지에 집중했다. 한국 프로무대에서 농구 심판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꿈틀거렸다.
미국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텍사스에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어릴 적부터 농구를 좋아했지만 군인인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복을 입었다. 하지만 농구 사랑은 식지 않았고 결국 그는 2000년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사실 심판이 될 생각까지는 없었다. 2000년 어느 날 방과 후 활동으로 농구를 하는 아들을 응원차 따라나섰다가 우연히 심판을 보게 됐다. 처음 해 본 일이었지만 코트에서 선수와 함께 뛰는 심판의 매력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켄트 심판은 이후 아내의 권유로 관련 캠프에 여러 차례 참여했고, 그해 미국 고교농구연합회에서 개최하는 심판 테스트에서 합격했다. 2002년에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대학 농구 경기에 나서면서 심판 경력을 쌓았다. 또 매년 4월 미군과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카투사) 장병 간의 우정을 다지기 위해 열리는 카투사-유에스 프렌드십 위크(KATUSA-U.S Friendship Week) 농구경기에서도 심판을 봤다.
한국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국 선수들은 자신이 슛을 쏠 타이밍인데 외국인 선수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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