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영화계는 굴곡이 많았다. 전반기 외화의 강세로 한국영화 흥행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하반기 소위 ‘쌍천만’ 영화가 나오며 4년 연속 관객 1억명 돌파라는 쾌거를 올렸다.
새해 벽두부터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흥행작 2위에 등극,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쥬라기 월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등 외화의 맹습에 맥을 못 추며 상반기를 마감해야 했다.
이후 하반기에 접어들어 기를 펴기 시작했다. 여름 극장가 성수기에 잇따라 개봉한 국내 메이저 배급사들(CJ, 쇼박스 등)의 텐트폴 영화들이 침체돼 있던 충무로에 단비를 내렸다. 7월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이 전국 1200만 명을 그러모으며 흥행의 물꼬를 틀었고, 뒤 이어 8월 선보인 ‘베테랑’이 134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3위에 랭크되며 4년 연속 쌍천만 시대를 열었다. 9월에는 ‘사도’가 개봉해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고, ‘검은 사제들’과 ‘내부자들’은 11월 비수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짜릿한 흥행을 맛봤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명확히 부각시켰다.
그러나 문제점도 제기됐다.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영화들이 1000만 고지를 넘어서는 일이 잦아진 반면, 중소형의 다양성 영화들은 그 어느 때보다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형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수직계열화와 상영관 독점 문제는 여전히 우리영화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는 흥행 10위권 내에 한국영화는 단 3편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작은 규모라도 참신한 소재와 내용의 영화들이 많이 제작돼 관객들에게 선보여야 우리 영화계의 미래가 밝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업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2015년 한국영화계를 이슈별로 정리해봤다.
◇ 스크린에도 분 복고바람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가운데, 영화계 역시 복고열풍이 거셌다.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국제시장이었다. 윤제균 감독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송가’라고 밝힌 이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스토리에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진한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1950년대 전후 가족상을 그린 ‘허삼관’(1월 개봉), 1960년대 포크 음악 감상실에 얽힌 이야기 ‘쎄시봉’(2월), 197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강남 1970’(1월) 등이 잇따라 상반기에 선보였다.
시대극이나 사극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8월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6월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도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로 평가 받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실화를 그린 영화로 호평 받았다.
◇ 바야흐로 ‘아인시대’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배우는 유아인이다. ‘완득이’ ‘깡철이’ 등 주로 원톱영화에 출연해온 유아인은 올해 남성 투톱 영화에서 날고 기었다. 베테랑에서 황정민, 사도에서 송강호 등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존재감을 발산하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보여줬다.
관객들은 8월 개봉해 역대 흥행 3위에 랭크된 베테랑을 보며 유아인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똘기 가득’ 연기에 열광했다. 유아인은 특유의 목소리로 “어이가 없네~”란 명대사를 배출했고,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실감나게 연기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런데 그에게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은 공교롭게도 베테랑과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한 사도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아버지 영조(송강호)의 사랑을 누구보다 원했지만 결국 엇나가버린 세자 이선 역을 열연해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 ‘표현의 자유’ 외친 영화인들
지난 2월13일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제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축소 등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가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의 상영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부산시로부터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월 범영화인 기자회견 이후 부산시의 권고에 따라 배우 강수연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나서며 제20회 성년식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정치권의 외압이 끝나지 않았음이 최근 부산시의 고발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지난 11일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 등 부산영화제 관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시는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난 협찬금 중개 수수료 부정 지급 의혹을 들어 이 위원장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화제 측은 “협찬금 중개 수수료는 일종의 관행이며 행정상 오류일 뿐”이라며 “부산시의 의도는 ‘특정인 찍어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조치”라며 고발을 즉각 철회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했다.
◇ 대종상이 어이 없네… 반토막 난 시상식
하반기 영화계는 대종상 때문에 ‘시끌시끌’ 했다. 지난 달 20일 개최된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시상자는 있는데 상을 받으러 무대에 오른 수상자는 거의 없는 반쪽짜리 시상식이었다.
이는 “시상식에 불참하면 상도 안 주겠다”는 영화제 집행부의 말도 안 되는 발상이 초래한 촌극이었다. 대종상 측은 시상식 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각 부문별 수상자를 2명씩 선정하겠다. 시상식에 오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도 없다”는 일명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공표했다.
이에 영화계 안팎에서 “영화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급기야 시상식 개최 하루를 앞두고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시상식 불참을 통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해 가장 활약이 돋보인 배우나 스태프에 상을 수여해야 할 영화제가 단지 시상식에 참석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상자를 바꾸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집행부는 끝까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고, 끝내 ‘대리수상 잔치’를 벌이고야 말았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치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또 한 번 실소를 자아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요즘 장안의 화제인 가운데, 영화계 역시 복고열풍이 거셌다.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국제시장이었다. 윤제균 감독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송가’라고 밝힌 이 작품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스토리에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진한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1950년대 전후 가족상을 그린 ‘허삼관’(1월 개봉), 1960년대 포크 음악 감상실에 얽힌 이야기 ‘쎄시봉’(2월), 197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강남 1970’(1월) 등이 잇따라 상반기에 선보였다.
시대극이나 사극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8월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과 6월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도는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로 평가 받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실화를 그린 영화로 호평 받았다.
◇ 바야흐로 ‘아인시대’
올해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배우는 유아인이다. ‘완득이’ ‘깡철이’ 등 주로 원톱영화에 출연해온 유아인은 올해 남성 투톱 영화에서 날고 기었다. 베테랑에서 황정민, 사도에서 송강호 등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오히려 더욱 존재감을 발산하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보여줬다.
관객들은 8월 개봉해 역대 흥행 3위에 랭크된 베테랑을 보며 유아인의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똘기 가득’ 연기에 열광했다. 유아인은 특유의 목소리로 “어이가 없네~”란 명대사를 배출했고, 안하무인 재벌 3세 조태오를 실감나게 연기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런데 그에게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은 공교롭게도 베테랑과 한 달 간격으로 개봉한 사도였다. 이 작품에서 그는 아버지 영조(송강호)의 사랑을 누구보다 원했지만 결국 엇나가버린 세자 이선 역을 열연해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 ‘표현의 자유’ 외친 영화인들
지난 2월13일 감독, 제작자, 프로듀서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제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축소 등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가 나서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의 상영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부산시로부터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월 범영화인 기자회견 이후 부산시의 권고에 따라 배우 강수연이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나서며 제20회 성년식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그러나 정치권의 외압이 끝나지 않았음이 최근 부산시의 고발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지난 11일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현직 사무국장 등 부산영화제 관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산시는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난 협찬금 중개 수수료 부정 지급 의혹을 들어 이 위원장 등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화제 측은 “협찬금 중개 수수료는 일종의 관행이며 행정상 오류일 뿐”이라며 “부산시의 의도는 ‘특정인 찍어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보복조치”라며 고발을 즉각 철회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사진=한윤종 기자 hhy@segye.com |
◇ 대종상이 어이 없네… 반토막 난 시상식
하반기 영화계는 대종상 때문에 ‘시끌시끌’ 했다. 지난 달 20일 개최된 ‘제52회 대종상영화제’는 시상자는 있는데 상을 받으러 무대에 오른 수상자는 거의 없는 반쪽짜리 시상식이었다.
이는 “시상식에 불참하면 상도 안 주겠다”는 영화제 집행부의 말도 안 되는 발상이 초래한 촌극이었다. 대종상 측은 시상식 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각 부문별 수상자를 2명씩 선정하겠다. 시상식에 오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도 없다”는 일명 ‘대리수상 불가 방침’을 공표했다.
이에 영화계 안팎에서 “영화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라는 비난이 일었고, 급기야 시상식 개최 하루를 앞두고 남녀주연상 후보 전원이 시상식 불참을 통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해 가장 활약이 돋보인 배우나 스태프에 상을 수여해야 할 영화제가 단지 시상식에 참석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상자를 바꾸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집행부는 끝까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고, 끝내 ‘대리수상 잔치’를 벌이고야 말았다.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관계자는 “이렇게라도 치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또 한 번 실소를 자아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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