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우리나라 남성은 우유 등 유제품을 하루 평균 0.4회 섭취하는 데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차원으론 처음 설정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우유 등 유제품의 하루 섭취 권장 횟수는 1∼2회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백희영 교수ㆍ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송윤주 교수팀은 국립의료원ㆍ서울대병원 등을 방문한 30세 이상 성인 668명(남 413명, 여 255명)의 식단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한국영양학회ㆍ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공동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최근호에 발표했다. 대사증후군 환자의 우유ㆍ과일 섭취량이 유난히 적었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백 교수팀은 연구 대상자를 대사증후군 환자(334명) 그룹과 건강한 성인(334명) 그룹 등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식사일지 등을 참고해 이들이 3일간 섭취한 식품의 종류와 섭취 횟수를 분석했다.
백 교수는 "연구 대상자들이 곡류, 육류ㆍ생선ㆍ달걀ㆍ콩류 등 단백질 식품, 채소, 과일(과일 주스 포함), 우유 등 유제품, 식용유ㆍ지방ㆍ설탕 등 유지ㆍ당류 등 6가지 식품군(群)을 하루에 몇 차례나 먹지는 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건강한 성인 그룹ㆍ대사증후군 환자 그룹 모두 이미 넘칠 만큼 자주 먹고 있는 것은 단백질 식품, 채소, 유지ㆍ당류 등 세 식품군"이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에서 하루 섭취 횟수가 권장 횟수보다 적었던 것은 곡류, 과일, 우유와 유제품 등 세 식품군이었다. 특히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은 남성의 우유 등 유제품 섭취 횟수는 하루 0.4회(여성 0.5회)로, 건강한 성인 남성의 0.6회(여성 0.8회)보다 적었다.
미국 중년 여성과 프랑스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역학 연구에선 이미 우유 등 유제품을 많이 섭취할수록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당(우유에 든 당)을 많이 먹을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남성은 23%, 여성은 44%까지 낮아진다는 국내 연구결과(인제대 서울백병원 강재헌 교수)도 나왔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 백 교수는 "우유 등 유제품에 풍부한 칼슘ㆍ비타민 Dㆍ칼륨ㆍ마그네슘ㆍ유당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대사증후군 예방을 도운 것"으로 추측했다.
흔히 '죽음을 부르는 5중주'라 불리는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은 허리둘레 90㎝ 이상(남성 기준, 여성 85㎝ 이상)ㆍ혈당 110㎎/㎗ 이상, 혈중 중성지방 150㎎/㎗ 이상, HDL(고밀도지단백) 40㎎/㎗ 미만(남성, 여성 50㎎/㎗ 미만), 혈압 130(수축기)/85(이완기)㎎/㎗ 이상 등 5가지 지표 중 3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를 가리킨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대사증후군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30∼40대 남성의 칼슘 권장량은 하루 800㎎인데 실제 섭취량은 605㎎(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불과하다"며 "노인의 칼슘 부족은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백 교수팀이 조사한 6가지 식품군 가운데 하나인 과일을 여성은 충분히 섭취하고 있지만 남성의 섭취가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송 교수는 "대사증후군 남성의 하루 과일 섭취 횟수는 권장 횟수의 절반 정도였다"며 "비타민 C 등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이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논문은 이미 여럿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6가지 식품군 가운데 우유 등 유제품은 매일 1∼2회, 과일은 1∼2회, 곡류는 2∼4회, 육류ㆍ생선ㆍ달걀ㆍ콩류 등 단백질 식품은 3∼4회, 채소는 매 끼니 2가지 이상 챙겨 먹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헬스팀 이경호 기자 kjeans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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