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3일 주민등록법 제7조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해당 조항은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에게 개인별로 고유한 번호를 부여한다”, ‘주민등록번호 부여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시행령도 가족관계가 바뀌었거나 주민등록번호의 오류가 발견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정정하도록 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주민번호 유출 또는 오·남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번호 변경을 일률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판시했다. 또 “주민번호가 개인을 통합 관리하고 모든 영역에서 국가의 관리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성이 있어 관리나 이용을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그러면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번호변경 절차를 악용하는 경우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한해 평균 16만1000여명이 개명을 신청하고, 인용률이 94.1에 달하지만 별다른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지 않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다만 헌재는 바로 위헌을 선고하면 주민번호 관련 업무가 당장 마비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단순 위헌 대신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국회가 2017년 12월31일까지 개선 입법을 완료토록 하고, 입법 전까지 현행 주민등록제도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앞서 강모씨 등 5명은 각종 인터넷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번호를 바꿔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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