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2일까지 ‘원숭이 엉덩이는…’ 展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껴안고 있는 청자연적. 사랑스럽기도 하고, 처연한 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식을 잃고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표현한 ‘단장’(斷腸) 고사의 주인공이 원숭이기도 하다. 중국 남북조 시대 군인에게 잡힌 새끼를 찾아 100리를 따라온 어미가 애통함에 창자가 끊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원숭이는 지극한 모성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원숭이는 한반도에 서식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십이지신의 하나여서 다양한 상징으로 활용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원숭이를 표현한 한자는 ‘?’(후). 제후를 의미하는 ‘侯’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원숭이는 제후와 같은 높은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가졌다. 조선 후기 작품인 ‘안하이갑도’에는 원숭이가 나뭇가지로 게 두 마리를 잡으려는 모습을 묘사했다. 게의 한자 ‘甲’(갑)은 장원급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두 마리의 게를 잡으려는 원숭이는 소과, 대과 모두 급제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원숭이는 재앙이나 나쁜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의 상징이었다. 궁궐 지붕에는 손오공에서 힌트를 얻는 잡상이 올려졌다. |
원숭이에게 좋은 의미만을 투영하지는 않았다.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사람과 너무 닮아 간사스럽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민속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인데 지나친 재주와 꾀를 경계하는 속담을 예로 들 수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관 쓴 원숭이”(원숭이같이 경솔한 관리) 등에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사당의 눈과 귀, 입을 가린 세 마리 원숭이가 유명하다. 가려서 보고, 듣고, 말하라는 의미다. 박물관 김창일 학예연구사는 “재주를 너무 믿어 자기 꾀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원숭이 띠의 운세를 “일신이 고단하다”, “재물을 얻어 타인만 좋게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원숭이 띠’라고 하지 않고 ‘잔나비 띠’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이다.
원숭이가 나뭇가지로 게 두 마리를 잡는 모습을 묘사한 ‘안하이갑도’는 과거시험 소과, 대과에서 모두 급제하길 바라는 마음이 표현된 작품이다. |
박물관은 사육사가 오랜 기간 동안 촬영한 원숭이 사진과 두개골 등을 함께 전시해 생태적 특성까지 보여준다. 전통 회화 속에 표현된 원숭이를 서울대공원 동물 전문가들에게 보여준 뒤 어떤 종인지를 확인한 것이 특히 흥미롭다. 안하이갑도 속 원숭이는 일본원숭이, 원록도의 것은 긴팔원숭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둥이원숭이를 표현한 그림도 있었다. 전시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그림과 사진을 비교해서 볼 수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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