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아무런 이유 없이 행인에게 욕설을 하고 시비를 걸어 싸우는 게 일과였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싹뚝 잘라내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었다. 상태가 악화되면서 급기야 정신과병원에 입원 조치됐고,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3개월간 치료 끝에 지난달 병원문을 나서 새 삶을 설계하고 있다.
이같이 시설 노숙인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중증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을 전담치료할 병원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노숙인 수용시설별로는 요양시설 1568명 중 779명(51.0%), 재활시설 291명 중 119명(40.9%), 자활시설 959명 중 4명(0.4%) 등의 순이었다. 또 노숙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 노숙인도 7.5%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거리노숙인들도 이 같은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시설노숙인보다 20%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정신질환 노숙인들이 찾아갈 수 있는 지정(전담)병원은 서울시립은평병원 한 곳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시립은평병원에는 정신질환 노숙인들이 몰려 포화상태에 이르기 일쑤다.
병원 측은 “급성질환자를 중심으로 1∼2개월 정도 집중치료해 안정상태에 이르면 퇴원조치한다”며 “질병 특성상 오랜기간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해도 한정된 병상과 수요증가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숙인 재활시설 관계자는 “노숙인에게는 병의원 선택권이 없어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가까운 곳을 두고도 국가가 정한 원거리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거주지설이나 생활지역 인근에 지정병원이 없어 진료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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