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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도 출근·임금은 10년째 제자리… '노동사각' 예술강사

입력 : 2015-12-27 18:48:02 수정 : 2015-12-27 20: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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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서 활동 4900여명 열악한 처우 시달려 “업다운 동작(무용 기본 동작)을 하는 게 쉽지 않아요.”

초등학교에서 10년 동안 무용 분야 예술강사를 하고 있는 이재희(가명·45·여)씨는 수업 때마다 고통에 시달린다. 4년 전 교통사고 후유증 탓이다.

당시 이씨는 척추에 금이 가고 두 다리와 오른팔 뼈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반년 만에 휠체어를 타고 수업에 나서야만 했다. 더 쉬면 ‘예술강사’ 자리를 잃을까 걱정돼서다.

정부가 전국 초·중·고교에서 운영 중인 예술강사 제도가 10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예술강사들은 불안정한 고용 상태, 불합리한 처우 등에 신음하고 있다.

초·중·고 정규교육과정과 토요동아리 수업, 초등학교 돌봄동아리 등에 투입되는 예술강사는 전국에서 5000명가량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국악과 연극, 영화, 무용, 만화, 공예, 사진, 디자인 등 8개 분야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신분은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해야 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다. 예술강사 제도 도입 이후 10년 동안 임금은 단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각종 보호조치는커녕 기간제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 강사들은 상시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 근무 중인 사진 분야 예술강사 정모씨는 27일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몰라 축제 사진 촬영 같은 학교 측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도 못한다”며 “강의 준비물도 사비를 털어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예술강사 측은 처우 개선의 일환으로 수업 준비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근거는 대학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강의 준비 시간까지 포함해 인정한 법원 판결이다.

2012년 의정부지법은 “시간강사의 근로시간을 반드시 강의시간에 한정할 수 없고 1주당 강의시간의 3배(강의시간의 2배를 준비시간으로 간주)로 보기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 시간강사처럼 예술강사들도 수업 재료 준비나 프로그램 구성 등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정적이다.

대학 소속으로 학사일정에 따른 업무가 분명한 시간강사와 달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산하 각 지역 센터 소속인 예술강사는 학교에 파견되는 근로 형태라서 시간강사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강사에 대한 대법원 판례라도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서 당장 (예술강사의 법적지위) 전환을 검토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오세곤 순천향대 교수(연극무용 전공)는 “초단기간 근로자로서는 학교에 자기 자리 하나 만들기가 힘들다”면서 “적어도 기간제 교사 정도의 안정성은 있어야 다른 교과 교사와의 협업 등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올해 전국 초·중·고교에 예술강사 4916명을 지원했고, 2016년에는 6000명, 2017년에는 70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힐러리 핀첨 성 서울대 교수(국악과)는 “맹목적인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고 강사의 고용 안정성 향상을 위해 예산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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