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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기 싫어 멀쩡한 다리 깁스까지…운동선수 '폭력의 추억'

입력 : 2016-01-04 13:53:18 수정 : 2016-01-04 16: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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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추억…'힘들지, 그럼 맞아야지'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31)이 까마득한 후배인 황우만(21)을 때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일은 엄격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서열문화,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단기충격요법에 대한 기억 등 악습이 빚어낸 불상사이다.

지금은 엄하기로 소문난 군대에서도 중대만 틀려도 선임, 후임이 서로 '아저씨'라고 부르는 시대이다.

하지만 운동세계는 여적히 '폭력의 추억'이 베스트셀러처럼 전해내려 오고 있다.

▲구타로 유명한 A대학 유망주들 기피대상, 맞기 싫어 멀쩡한 다리 깁스까지

서울의 A대학는 숱한 선수들을 배출한 스포츠 명문이다.

1980~90년대 선수들 사이에서 A대학은 구타가 심한 곳으로 소문이 나 진학을 기피했을 정도이다.

당시 거의 모든 대학 체육부는 합숙을 원칙으로 했다.

여러 운동부들은 한 곳에 모여 생활했으며 질서 유지를 명분삼아 선배들이 심심찮게 군기를 잡았다.

그 중 A대학은 정도가 특히 심했다.

오죽했으면 잠자는 밤보다 낮의 힘겨운 훈련 3탕(3차례의 훈련시간)이 행복하다 했을 정도였다.

고교시절부터 청소년 대표로 이름을 떨쳤던 'ㄱ' 선수는 주위의 권유와 동료들의 진학문제에 떠밀려 마지못해 A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잦은 집합에 견디다 못한 ㄱ선수는 오랜만에 찾아온 외출시간을 틈카 멀쩡한 다리에 깁스를 했다. 깁스하면 '집합에 이어 타작'을 면하기 때문이다.

ㄱ선수는 각종 국제대회를 위해 선발팀으로 불려간 예가 많아 합숙소 생활이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너무 괴로워 깁스까지 했다.

요즘 며느리들이 명절 때 시댁에서 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짜 깁스가 유명세를 치른 것과 같다.

▲졌다하면 학교까지 3시간 뜀박질

B대학은 특급 유망주가 아닌 선수들을 받아들여 최고로 단련시켜 배출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여기엔 갖은 정성(?)을 들인 호랑이 감독 덕이 컸다.

호랑이 감독은 경기에서 졌을 경우 체육관에서 수십km떨어진 학교까지 뛰어 올 것을 지시했다.

죽기 살기로 학교에 도착하면 지옥의 뒷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반전 빌빌대던 팀 후반전에 펄펄 나면 반드시~, 얼굴에 반지자국까지

십여년전만 해도 전반전에 시종일관 밀리던 팀이 후반전들어 확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면 하프타임때 틀립없이 감독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었다고 봐야했다.

지방 축구명문 C고 감독은 특히 유명했다. 어느날 전반전을 뒤진채 마친 C고 선수들이 후반전을 위해 운동장에 나타났을 때 볼주위에 감독의 반지자국이 선명했다. 그날 마법의 반지덕분에 C고선수들은 펄펄날아 대역전극을 펼쳤다.

▲방탕한 천재 D, 프로팀도 두손 들었지만 고교시절 감독 이름만 대면 부동자세 

D는 타고난 운동능력으로 국가대표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단체훈련과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해 가진 능력만큼 꽃을 피우지 못했다.

D의 경우 프로팀에 와서 남들만큼 노력하고 코칭스태프가 짜준 훈련만 소화했더라면 또 다른 역사를 만들었을 것으로 아쉬움을 남긴 천재였다.

고삐풀린 망아지인 D를 프로팀 감독도, 심지어 대표팀 감독도 잘 다루지 못했다. 이런 D이지만 고교시절 감독 이야기만 나오면 즉시 동작그만이다. 그의 고교시절 감독은 방탕한 천재를 잡기 위해 달래도 보고 했지만 극단적인 강압수단으로 제압했다.

일설에는 우물을 집어 넣었다는 말까지 나올만큼 D에게 저승사자로 악명을 떨쳐 D는 고교시절 감독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했다.

▲ 과거 프로팀에서도 폭력의 추억이

폭력, 특히 지도자의 폭력은 과거 프로팀에서도 있었다.

E감독은 선수들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다. 심리도 이용하지만 이따금 마사지(?)도 적절히 했다.

대학교 지도자로 명성을 떨쳤던 E감독은 프로에 온 뒤 성과가 나쁘다 싶을 경우 타대학 출신 선수들은 놔둔채 모교 후배들만 불러내 마사지했다. 선수를 편애한다는 시선도 불식시키고 본보기로 군기를 잡았다.

E감독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마사지 선물을 했다. 이에 뿔난 외국인 선수가 대들자 국내선수들이 "감히 감독님에게"라며 달려들어 외국인 선수가 기절초풍한 일은 유명하다.

▲"왜 그랬어요"라고 물으면 "나도 그렇게 해 왔기에"

운동세계에서 폭력이 자행되는 것은 과거의 악습과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지도자, 혹은 선배들은 단기간 성적을 올리려면 어느정도 강압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과거 자신들이 당해왔던 그대로를 자신들도 모르게 제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있다.

또 남과 겨뤄 이길려면 남들 이상의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죽기만큼 힘들기에 스스로 놔두면 목표했던 운동량을 다 소화하지 않게 마련이다.

과거에는 이때 물리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믿었다. 

힘들고 위험한 분야일수록 폭력에 대한 유혹이 심하다. 이른바 악과 깡을 내야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효과가 좋다는 미신이 내려왔다.

최근에는 프로스포츠 등 최상위 집단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없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수와 지도자, 학교 혹은 팀 관계자, 학부모 모두 이를 자각해야만 폭력의 추억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응답하라 1988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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