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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팀 3연패 수렁서 건져낸 ‘에이스 큰언니’

입력 : 2016-01-04 19:26:17 수정 : 2016-01-05 00: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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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컴백한 ‘연봉퀸’ KEB하나은행 김정은 4일 현재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등록된 선수 114명 중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선수는 24명이다. 이 중 최고액인 3억원을 받는 ‘연봉퀸’이 부천 KEB하나은행 주장 김정은(29)이다. 그는 2005년 전체 1순위로 입단한 뒤 꾸준히 한 팀에서 10년째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평균 13.89점을 올리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그런 김정은이 이번 시즌 자취를 감췄다. 개막전인 지난해 10월 구리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41분 41초, 홈 개막전인 청주 KB전에서 35분 17초를 뛴 그는 이후 팀 훈련에서 무릎 반월판을 다쳐 한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개막 전 혼혈선수 첼시 리를 영입하며 WKBL 돌풍의 팀으로 떠오른 KEB하나은행은 김정은의 공백이 길어지자 전력이 들쑥날쑥해졌다. 반환점을 돌고 있는 여자농구에서 KEB하나은행은 공동 2위로 선전하고 있지만 선두 춘천 우리은행과 격차가 8경기나 벌어져 있다. 김정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지만 않았어도 우리은행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팀에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여자프로농구 ‘연봉퀸’ 김정은(KEB하나은행)이 지난 2일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경기에서 두 달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그는 부상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지만 “받는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WKBL 제공
국내 정상급 슈터 김정은이 마침내 코트에 돌아왔다. 개막과 함께 개점휴업에 들어갔던 김정은은 60일 만인 지난 2일 KDB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복귀, 3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4일 용인 삼성생명전에서도 나선 김정은은 5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분전했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2일 경기 후에 만난 그는 “매 경기 살얼음판 같다. 두 달 만에 뛴 것 같은데 복귀가 계속 미뤄지면서 무릎도 더 안 좋아졌다. 그동안 제 자신도 너무 흔들렸다”고 그동안의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정은은 2일 경기에서 24분 5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4일 경기에서도 김정은은 하루 쉬고 나온 뒤 18분 45초를 뛰었다. 복귀 후 2경기 평균 20분 이상 뛰었지만 그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현재는 50% 정도다. 훈련도 이틀 전에 처음 합류했다”면서 “사실 힘이 풀릴 때 통증이 온다. 하지만 이 부분은 나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상태를 설명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연봉퀸’이라는 타이틀은 그동안 그의 어깨를 더 짓눌렀다고 한다. 그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솔직히 저만 생각하자면 수술대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받는 연봉이 있다 보니 도저히 수술대에 눕는 건 용납이 안 됐다. 재활 중에 구단 관계자분들 얼굴을 볼 때면 다시 연봉을 돌려드리고 수술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했다”고 마음고생한 흔적을 털어놨다.

이날 경기에서 김정은이 보인 수치상의 기록은 눈에 띄지 않다. 그는 4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 기둥인 그의 존재 자체가 감독에게는 큰 힘이 됐다.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은 “그동안 답답하던 가슴을 김정은이 뻥 뚫어줬다”면서 “외국인 선수와 첼시 리 그리고 국내 선수들의 위치가 엉켰는데 김정은이 중심을 잡아줘 공간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만족했다.

김정은은 데뷔 이래 두 달 이상 코트를 비운 적이 없었다. 어린 연차 때부터 팀의 주축 선수로 앞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는데 울컥했다. 그만큼 정말 뛰고 싶었다”면서 “나름 뛴 시간이 많아서 내구성은 좋다고 생각했다. 비시즌이었다면 유연했을 텐데 시즌 중이라 구단 관계자뿐 아니라 동생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정은은 어느덧 팀 내 국내 선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임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남달랐다. 그는 “어릴 때 언니들이 아픈데도 20분 이상씩 뛰는 것을 이제야 이해하겠다. 체력관리도 잘하고 몸 균형도 잘 맞추겠다”면서 “우리 팀 선수들은 거의 신입이거나 2년차다. 매일 ‘언니 언제 복귀해요’라고 안부를 묻던 동생들이 누구보다 기뻐해 좋다. 마지막까지 팀을 잘 이끌고 가겠다. 연봉 값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삼성생명은 KEB하나은행을 52―51로 짜릿한 1점차 역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승리한 삼성생명은 공동 2위로 도약했다. 이로써 여자농구는 공동 2위에만 4팀(KEB하나은행, 삼성생명, KB, 신한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구리·용인=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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