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기관이 본 세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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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그만큼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풍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요즘처럼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한국 경제에는 한파가 몰려온다. 5일 다소 반등했지만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 여파로 코스피가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2% 넘게 주저앉은 것도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우리 경제의 흐름을 내다보는 예측기관들은 세계경제의 동향부터 살피게 마련이다.
민간 연구원 등 경제 예측기관들은 한결같이 새해 세계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미국과 중국, 이른바 주요 2개국(G2) 리스크를 꼽았다. 미·중은 우리의 1·2위 수출 대상국으로 지난해 전체의 39.3%를 소화했다. 양국과의 교역에서 전년 대비 각각 5.6%, 0.6% 수출이 줄어들면서 작년 전체 수출도 7.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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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벽면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게시돼 있다. 전날 중국 쇼크로 요동쳤던 국내 주식·외환시장은 이날 다소 안정을 찾았다. 연합뉴스 |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세계경제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통해 “G2 리스크는 상당 기간 신흥국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자본의 이탈로 대외 부채가 많은 신흥국들은 채무 부담이 늘어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약세 및 위안화 절하 탓에 자원이나 대중(對中) 수출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에선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연구원 측 분석이다. G2 리스크가 동시에 급격히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하면서도 “신흥국 경제가 위축될 경우 악영향이 (우리 경제에) 전염될 가능성은 있다”고 경계했다. 나아가 “안정적 성장과 구조조정 및 개혁 간 균형 잡기에 실패한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4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힐튼호텔에서 열린 ‘미국 금리 인상의 한국 경제 영향에 관한 샌프란시스코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에 참석해 새해 세계경제 위험 요인으로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제금융 불안, 중국 성장둔화로 인한 대중 원자재 수출국 성장 둔화, 저유가에 따른 산유국 재정부담 가중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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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저유가 상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ℓ)당 1천3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
G2 리스크에서 파생된 또다른 변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유럽연합(EU), 일본 등 나머지 선진국과 신흥국은 수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목적으로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환율전쟁’에 나설 것으로 LG경제연구원 측은 내다봤다. 특히 미국과 유로존 간 통화정책 엇갈림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이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혼란을 불러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를 위협할 또다른 요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급했다. 특히 중동에서 이슬람국가(IS)를 둘러싼 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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