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생활에 필수적인 식료품 구매를 제외하고는 지갑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8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저소득층의 지난해 평균소비성향도 역대 최저치였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비주류음료를 사는데 쓴 비율은 21.9%다. 이는 2013년 3분기(21.9%) 이후 8분기 만에 나타난 최대치다. 관련 통계작성 후 최고치인 2012년 3분기(23.4%) 이후 두번째로 높다.
엥겔지수가 이같이 상승한 이유는 올해 농축산물 등 식탁 물가가 전년에 비해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식료품,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16.68(2010년=100기준)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였다.
식료품의 상승세를 주도한 품목은 육류와 채소 및 해조 품목이었다. 육류가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4.32% 올랐고, 채소 및 해조도 같은 기간 8.13% 상승했다.
통계청은 "2014년도에 마늘과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지난해 농산물 가격이 올랐다"며 "소고기의 경우도 국산 사육두수가 줄면서 다른 품목에 비해 가격이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하위 20% 계층과 전체 가구 평균의 앵겔지수(14.8%)의 차이도 7.1% 로 2013년 3분기(7.0%)에 비해 여전히 격차가 줄지 않았다. 양극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1분위 평균소비성향은 지난해 2분기 101.6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균소비성향은 수치가 높을수록 소비지출이 많다는 의미로, 결국 식료품을 제외한 다른 품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전 계층에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특히 저소득층인 1분위(-11.0포인트)가 소득이 많은 5분위(-4.2%포인트)보다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이 낮은데 빚에 눌려서 소비도 낮아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그 소비 조차도 식료품 등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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