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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젊을때 명퇴후 이직…더 유리할까?

입력 : 2016-01-12 05:00:00 수정 : 2016-01-11 16: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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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김모(44)씨는 요즘 새로운 창업 트렌드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김씨가 다니는 회사는 정년이 60세로 연장돼 은퇴까지 16년이나 남았지만, 그는 정년 연장이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 친하게 지내던 회사 선배가 50세 나이에 ‘2년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굳혔다. 선배는 겉으로 "내가 희망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임원 승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회사의 권고를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 그는 "정년을 기대하기보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명예퇴직 위로금을 받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였던 은행에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기업 구조조정 심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올해에도 명예퇴직 확대 등을 통해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 등 3곳에서 모두 1700명의 행원이 명예퇴직으로 정든 일터를 떠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모두 1122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국민은행에는 모두 2만57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2014년 3분기 2만945명보다 366명 줄어든 수치다.

◆"찬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남겨진 기분"

신한은행은 300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와 이별했다. 이로 인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 가준 1만3570명이 근무하게 됐다. 이는 2014년 3분기보다 75명(1만3645명) 줄어든 수치다.

우리은행은 희망자를 내보냈음에도 되레 인력은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240명의 명예퇴직자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근무자 수는 2014년 9월 1만4686명 보다 67명 늘어난 1만4753명이다. 우리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 행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퇴직자를 접수할 계획이다. 최종 명예퇴직 규모는 오는 3~4월경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예의 차원이 아니다. 한 은행 퇴직자는 "애들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고, 나가 봐야 요즘같은 분위기에 자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더 버티고 싶었지만 강제로 떠미는 듯한 분위기여서 할 수 없이 명퇴금을 받고 정리했다"며 "찬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나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 자의로 은행권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아

은행에서는 이같은 구조조정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상황을 수익성 악화나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은행들, 이 와중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떠나가는 은행원들이라는 고정 관념으로만 볼게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이른바 ‘100세 시대’에 은행권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며, 이들 스스로 다른 인생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력 구조조정의 그림자가 보험업계에도 깊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핀테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건비 절감을 위해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고객 스스로 보험 상품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이미 발로 뛰는 설계사 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모바일·핀테크 기술 발달, 인건비 절감 위한 보험설계사 감원 불가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계 전속 설계사 수는 12만933명, 손해보험계 전속 설계사 수는 8만400명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다. 생명·손해보험계 전속 설계사 수는 2012년 각각 14만7000명, 9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주요 보험상품 판매 채널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 ▲전화를 통한 텔레마케팅(TM) ▲온라인으로 고객을 모으는 사이버마케팅(CM) 등 3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가정 방문이나 주변 인맥을 통해 사람을 끌어 모으는 설계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을 통해 직접 상품을 알아보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대면 채널 이용 고객은 점차 줄고 있다. 특히 지금은 자동차보험만 CM 채널을 통해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여행자보험이나 장기보험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는 CM 채널 상품은 대면 채널 대비 보험료가 10%, TM 채널 대비 3~5%가량 저렴해 가격 면에서 설계사가 온라인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신규 설계사 절반이상, 1년내 회사 떠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능동적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설계사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언제 본격화 될진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업계의 환경 변화에 따라 설계사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녹록하지 않은 근무 여건에 신규 설계사 절반 이상이 1년 내 스스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생보사 평균이 36.3%, 손보사 평균이 47.7%다.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1년 전 신규 등록한 설계사 중 1년이 지난 뒤 정상적으로 보험 모집활동을 하고 있는 비중을 뜻한다. 지난해의 경우 보험사에 들어온 신규 설계사 10명 중 6명은 업계를 떠났거나, GA(독립법인대리점)으로 이직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 찬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은 바로 카드업계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급감,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미래가 극도로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까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 특히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의 대규모 인력 감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느끼는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해 12월7일 임원 인사를 통해 임원직 8개를 줄이고, 임직원 휴직•전직 지원을 공모 받고 조직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몸집 줄이기를 진행했다. 또 앞으로 세 자리수 규모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은 줄고 경쟁은 심화…인력 감축 포함한 긴축 경영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콜센터 조직과 지점 일부를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12월21~23일 7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2013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신한카드 희망 퇴직자는 176명이었다.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에 대비해 내핍 경영을 신년 화두로 생각하고 있다. 올해도 영업 환경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 수익은 줄고 경쟁은 심화되면서 카드사들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에도 카드업황에 대해 민간 소비가 줄고, 체크카드 등 대체 결제 수단이 늘어나면서 성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이라면서 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등에 따른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상 기업들은 하락하는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홍보·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긴축 재정을 통해 영업이익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 같은 비용 절감 대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력 감축이다. 카드사의 경우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지는 데 개선할 만한 방안은 마땅치 않아 인력 조정이라는 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현재 어렵지 않은 곳 없고, 수익 낼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와 반기·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카드사들의 2014년 말 기준 총 임직원 수는 1만3196명이었다. 하지만 카드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상반기 1만3115명, 9월말에는 1만3025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어렵지 않은 곳은 없고, 수익을 낼만한 곳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내년까지 여파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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