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호남 출신 농협중앙회장이 탄생했다.
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는 12일 열린 차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을 꺾고, 제 5대 민선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날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김 차기 회장은 대의원과 농협중앙회장 등 선거인 289명 중 163표를 얻어 당선됐다.
후보 6명이 출마한 이번 선거의 1차 투표에서는 오히려 이 전 조합장이 104표를 얻어 1위를, 김 차기 회장이 91표에 그쳐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는 김 차기 회장이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이 전 조합장은 126표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약 400조원, 31개 계열사, 임직원 8800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는 자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때문에 금융권과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이 지난해 내내 검찰수사로 고초를 겪고 일부 측근 인사들이 기소되는 등 내외부적으로 사건, 사고가 많아 더 눈길이 집중됐다.
이번 김 차기 회장의 당선은 ‘첫 호남 출신 회장’과 ‘2전3기 신화’란 면에서 더 의미 깊게 받아들여진다.
김 차기 회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나주 남평농협조합장 3선을 지냈다. 최 회장 체제에서는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를 역임했다.
그간 4명의 선출직 농협중앙회장은 1대 한호선(강원), 2대 원철희(충남), 3대 정대근(경남), 4대 최원병 (경북) 등 영남 출신 2명에 충청 출신 1명, 강원 출신 1명이었다.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때문에 영남 못지 않게 회원조합 숫자가 많은 호남에서 한 번도 회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많았다. 농업계 관계자는 “경남 출신 정대근 회장의 연임에 이어 경북 출신 최원병 회장까지 연임을 한 상태라 영남 출신이 회장직을 독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또 김 차기 회장은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재도전해 결국 회장직을 쟁취함으로써 ‘2전3기 신화’를 창출했다.
김 차기 회장은 8년 전 첫 출마 당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으나 결선투표에서 2위로 올라온 최 현 회장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현역 최 회장에게 단기필마로 도전했으나, 역시 밀렸다.
그러나 세 번째 도전에서는 현 농협중앙회 주류인 이 전 조합장을 누르고, 결국 승리를 따낸 것이다.
김 차기 회장은 오는 3월말 열리는 2015년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날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4년이다.
김 차기 회장의 주요 과제로는 농협 사업구조개편 마무리, 일선조합 지원 강화, 비리 근절을 위한 조직 투명성 강화 등이 꼽히고 있다.
한편 김 차기 회장의 당선으로 김용환 회장 체재의 NH농협금융지주에도 어떤 영향이 갈지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농협지주는 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도 명칭 사용료로 3526억원을 중앙회에 지급해 교육지원, 복지사업 등에 쓸 수 있도록 도왔다.
김 회장은 “농협 수익센터는 농협지주 본연의 역할”이라면서도 “자기자본비율 등 때문에 일정 부분 내부유보가 필요해 명칭사용료 비중을 중앙회와 협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명칭사용료를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돼 김 차기 회장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또 김 회장은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시도하면서 그 과정에서 농협과 다양한 협력사업을 구상 중이다. 김 차기 회장과 의견이 통일돼야 이런 사업이 잘 진행될 것으로 여겨진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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