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치러진 5대 농협중앙회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병원 신임 회장이 두 팔을 높이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농협의 최고 권력자다. 농협은 자산 432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8000여명에 이른다. 농협의 수장인 중앙회장이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다.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의 정책과 사업을 결정하는 이사회와 대의원회 회장도 맡는다. 비공식적으로는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봉은 7억2000만원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막강한 권력 때문에 항상 비리와 관련한 구설에 올랐었다. 1988년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직접 뽑기 시작한 이후 1∼6대 민선 회장(3명)이 모두 비자금과 뇌물 등으로 구속된 뼈아픈 역사가 있다. 7∼8대 최 회장도 작년 농협 비리 수사를 받았지만 작년 말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김 신임 회장이 이런 ‘비리 악연’을 끊고 순항할지 관심이 모인다.
김 신임 회장이 마주한 농협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농업 성장 정체와 농민조합원 감소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해 농업 활로를 개척하라는 농업계의 요구가 거세다. 반면에 경기 침체 속에서 농협중앙회의 여건과 미래는 밝지 않다. 농협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경우 농협은행은 14.02%로 KB국민은행 15.97%, 신한은행 15.43%, 우리은행 14.25%보다 낮다.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률도 2014년 1.7%로 국민은행 4.51%, 신한은행 7.5%, KEB하나은행 8.12%에 미치지 못한다.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수익률도 저조하다. 2014년 국내채권펀드의 평균수익률이 4.69%인 반면 농협 상호금융 특별회계의 운용 수익률은 3.69%로 낮다.
농협 공제 수수료와 카드수수료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도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경제사업은 2011년 17조1473억원에서 2014년 18조9672억원으로 11% 성장했다. 이 기간 순이익이 758억원 적자에서 763억원 흑자로 전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값싼 중국 농산물의 유입이 본격화하면 농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새 수장은 이런 과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진행된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농협금융을 지주회사로 분리한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농협경제도 지주회사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신임 회장은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경제지주를 폐지해 ‘1중앙회 1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놔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열린 임시 대의원 대회에서 신임 축산경제 대표이사에 전 농협 축산경제 상무 김태환(59)씨를 선출했다.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구 축협중앙회에 입사한 김씨는 농협에서 축산지원부 단장, 축산경제기획부 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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